시간의 이정표

어느 크리스마스의 마녀 - 탄압받는자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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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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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꽤나 매서워진 추위탓인지 차디찬 바람이 소년의 폐 깊숙한곳 까지 들어가 온 몸을 덜덜 떨리게 만들어낸다.
그런 추위를 견뎌내며 소년이 서 있는 곳은 한 빵집의 문 앞. 
하루...? 아니 이틀이다. 밀가루를 풀어넣은 정체불명의 고깃조각 스프를 먹은지가 이틀째니, 가여운 이 소년은 벌써 이틀이나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는 문 건너편에서 누군가가 나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끼익 하고 문 여는 소리가 들리자, 조금이라도 바람이 덜 들어오게 하려는 생각인지 아주 조금 문을 열고 고개만 빼꼼히 내밀곤 밖에 누군가 있나 살피는 한 남자.

"이 더러운 거지녀석이 아직도 안 꺼진게냐! 벌써 이틀째다 이틀째 ! 가뜩이나 장사도 안되는데 이렇게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으면 어쩌자는거냐! 엉?"

문 밖에 있는 소년을 발견하자, 문을 벌컥 열며 호통을 치는 한 남자, 소년이 예상했던대로 빵집의 주인, 통칭 '댄' 씨 였다.
그가 밖으로 나오자, 안에 있던 더운 김이 소년의 몸을 지나쳐가며 빵집안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 해주었다. 

"난 그 2일동안이나 굶었다구요 아저씨...?"

"남이 굶던 말던 내가 알게뭐냐, 애초에 네 녀석 같은 거지들의 구걸하려는 그런 습관들이..."

이제 갓 10살쯤 되었을까, 부스스해서 사방으로 뻗친 금색의 머리카락. 다 뜯어져 해진 외투에, 어디서 줏었는지 이미 걸레가 되어버린 목도리는 
이 몰인정한 댄에게도 조금이나마 동정심을 느끼게 하였다.


"젠장 ... 어쩔수 없나 ."


어찌된일인지 문을 쾅 하고 들어가는 댄, 1분정도 지났을까, 그가 들고 나온것은 바구니에 담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뜻한 빵 한바구니였다.
무슨일인지 영문을 모르는 소년은 그저 멀뚱멀뚱,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그 빵 바구니를 바라보고만 있었을 뿐이다.

"자 ! 어서 받으란말이다 ! 찬바람 더 들어오기전에 문 닫게 ..."

"댄 씨, 이 빵들 나한테 줘도 되는거에요 ?"

"그래 ! 어차피 팔다 남은 빵일 뿐이야, 어서 가져가..."

팔다 남은것이라고 치기엔 갓 구워낸듯 아직까지도 따끈따끈 했지만, 아무렴 어떠랴. 오늘 밤, 아니 적어도 그 다음날 저녁까지는 넉넉히 먹을만큼의 빵을 얻었으니
그것으로 소년은 만족했다.

"내일 모레가 크리스마스인것에 대해 감사해라, 꼬맹이 ... 가끔은 자비를 베풀어주는것도 뭐, 나쁘지는 않겠지."

"고마워요, 댄 아저씨 !"

바구니를 받아들고는 고개숙여 꾸벅 답례의 인사를 하는 소년. 사실상 소년도 이 매정하다고 소문난 남자가 자신에게 이토록 많은 양의 빵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그에게 하는 답례는, 절반은 신에게 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

"아, 그리고 네 녀석. 요즘 들리는 흉흉한 소문은 알고 있겠지? 밤 늦게 너무..."

항상 이 맘때쯤 들려오는 연쇄살인의 소문, 살인방법도 매 년 바뀌어왔고 살인대상도 매 년 바뀌어왔다. 뭐 이미 누군가의 묻지마 살인 이라는 쪽으로 이야기는 기울어져 경찰이 수사에 들어간지 몇 년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범인이 누군지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덕분에 일각에서는 '마녀' 의 짓이라고 떠들어대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게 마녀던 어느 미치광이 연쇄살인범이던, 댄 씨는 그저 밤 늦게 돌아다니는 이 꼬마가 걱정되어 말한것이였다. 아쉽게도 그 소년은 댄 씨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이미 저 멀리 달려가고있는 도중이였지만 말이다.

"쯧... 생각해보니까, 내가 저 꼬맹이를 걱정해 줄 이유가 없잖아."

짙은 고동색의 나무로 된, 가게의 문이 끼익 하고 다시 닫힌다, 그러나 무언가 두고 온 것이라도 있는지 그 빵집의 주인은 문을 살며시 열어내고는 소년이 떠나간 방향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였다.
이 부근, 그러니까 중세풍의 건물들이 들어차있는 그렇게 크다고는 말 못할 거리의 외곽. 소년은 그 외곽에서도 바깥쪽에 위치한 다리에 살고 있었다. 평소와 다를게 없는 하루 였다면 거리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채 빈 손으로 돌아와야했겠지만, 오늘은 운이 좋게 하루가 끝나려는지 조금전 댄 씨가 준 빵 한바구니가 손에 들린채 기분 좋은 발걸음을 집을 향해 걷고있었다.
다리밑의 허름한 집 한채, 아니, 사실은 집이라고 부르기에도 뭣 한, 마치 제비가 이물질들을 줏어다가 집을 짓듯 폐자재들을 모아 간신히 완성한 그런 낡은 거처였지만, 소년에게는 하나 밖에 없는 의식주를 모두 해결할 그런 소중한 장소였다.

"징글 벨- 징글 벨 ~"

아이 답게, 나이에 맞게, 소년은 즐거운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며 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약 2일이나 굶주린 배를 당장이라도 채우기 위해, 당장이라도 빵을 먹을수도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소년은 밖에서 추위에 떨며 빵을 먹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오히려 집 안에서 여유를 즐기며 따끈따끈한 빵을 한 입 베어물고 싶은 작은 소망아닌 소망이 소년의 마음에 들어찼기에, 소년은 배고픔의 유혹을 이겨내고 마침내 집 근처까지 가벼운 발걸음으로 도달했다. 하지만 어쩐지 엄습해오는 이상한 기운, 집 주변에 분명 누군가 있었다. 한 두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그림자. 최소 10명은 되보였다.


'아 ... 분명 저 녀석들은 ?'


서쪽 다리의 아이들. 사람들은 저 무리를 그렇게 불렀다, 이 마을의 끝에서 끝에는 전부 동서남북 방향마다 큰 다리가 하나씩 놓여있었는데, 소년이 살고있는 동쪽 다리는 이름없는 마을의 뒷 산과 연결되어있었고, 북쪽은 침엽수림으로 이루어진 커다란 숲, 남쪽은 흡사 나이아가라 강을 연상시킬만한 길이의 길고도 긴 강이 이어져있었다. 그 중에서도 서쪽 다리는 대도시 '르우벤' 과 이어져있어서 그 큰 서쪽 다리의 밑에 사는 아이들은 르우벤에서 여행을 오는 자들이나, 여행을 가는 자들을 대상으로 사기나 구걸을 하며 다른 방향의 다리 밑과는 다르게 집단을 이룰 정도로 그곳에 정착해있었는데, 바로 그 문제의 집단이 소년의 집 주변에서 얼쩡거리고 있었으니, 신경이 안쓰일레야 안쓰일수가 없었다.



"어이 ! 너희들 지금 뭣들하고 있는거야?"



소년이 그들을 향해 소리치며 집을향해 달려가자, 좀 더 명확히 녀석들의 정체가 드러난다. 역시나 소년이 예상했던대로 '서쪽 다리의 아이들', 그들은 어째서인지 소년의 집과 집 주변을 뒤지며 갖은 도구들과 잡동사니들을 꺼내고 있었다. 녀석들의 의도가 뭐든 상관없지만 어쨌거나 소년은 집의 주인. 집을 지켜야만 했다. 


"거기 뭐하는 짓들이냐니까!"


집에 있는 물건이란 물건은 죄다 쓸어담고 있는 그들을 향해 달려들며 작은 몸싸움이 벌어진다. 역시나 바닥에 내팽겨쳐지고 마는 소년, 체격이나 힘에서 밀린 소년은 그들을 막아낼수 없었다. 그와 동시에 댄이 준 빵 바구니도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아...! 내 빵이..."


킁킁. 어디선가 갓 구운 빵의 냄새가 나자, 물건 쓸어담기에 정신이 팔려있던 녀석들이 코를 킁킁거리며 반응하기 시작한다. 


"먹을거다 !"

"어디 어디?"


몇몇의 소리가 커지자, 땅에 떨어진 빵을 찾아낸 녀석들이 순식간에 떨어진 빵에 달려든다. 10명 가량이 뒤엉켜 서로 빵을 먹겠다고 싸우니, 그야말로 난장판이였다.


"넌 뭐야? 저리 꺼져!"


소년 역시 그 빵을 지키기 위해 난장판 속에 뛰어들었지만, 겨우 10살짜리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이들과의 체격의 차이가 너무나도 컸다.


"아아... 아저씨가 준 빵이..."


바닥에 주저앉아 빵 조각들이 녀석들의 입 안으로 꾸역꾸역 넘어가는것을 그저 지켜만 본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무기력하게 그들이 빵을 먹어치우는 것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그들 틈에서 나온 작은 빵 조각 만이라도 먹기를 바라지만, 바로 눈 앞에서 그것마저 누군가의 발에 의해 짓밟히고 만다. 처절하게 무참히 짓밟히는 빵조각. 소년은 그 신발을 따라 발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천천히 고개를 올려다보았다.


"쓰레기."


그 발의 주인의 입에서 나온 단 한마디. 얼굴을 확인하기도 전에 그의 발길질이 소년의 얼굴을 강타했기에, 소년은 그의 얼굴을 볼 틈조차 없었다. 단지 발로 얼굴을 얻어맞는 순간에 들은 '쓰레기' 라는 단어가 소년의 귀에 명확히 들려왔을 뿐.


"어이, 너 말야."


걷어차여 쓰러진 소년에게로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와 함께 그의 목소리가 천천히 들려온다. 이윽고 발걸음 소리가 소년의 머리맡에서 멈춰서자, 곧 발길질의 장본인은 소년의 머리카락을 한움큼 쥐어 들어올린다. 지친 소년의 머리가 이끌리듯 살짝 들어올려지자, 머리에서부터 욱신거리는듯한 통증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신발 끝으로 소년을 걷어찬 그 장본인은 손에 소년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쥔채, 소년을 질질 끌고는 어디론가 걸어갔다. 바닥에는 돌 아닌 돌멩이들이, 소년의 등과 팔 다리에 맞닿으며 심한 마찰이 생기자 수많은 생채기들이 동시에 생겨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런 마찰에 의한 쓰라림에 익숙해져가는 찰나에 소년의 몸은 강제적으로 세워졌다 .


"억울하다고 생각되지 않아?"



그의 얼굴을 마주한다, 가장 먼저 보이는것은 빛나는 초록색 눈동자, 그 초록색 눈동자에 어울리는, 하얀색 머리띠로 이마를 동여메어 삐죽 튀어나와있는 초록색 머리카락. 그 얼굴의 아래에는 비열하게 미소짓고 있는 입이 있었다. 체격상으로 봤을때는 많이 차이나봤자 자신과 한 두살 정도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 그런 아이. 소년은 본 적도 없는 아이가 자신에게 이런 짓을 행하고 있다는것이 이해가지 않았다.


"리프 대장, 다음은 뭘 어떻게 해야하죠?"

"저 집을 헐어버려서 나오는것은 먼지 하나 남김없이 전부 자루에 담아버려, 저런건 고물로 팔아버리면 값이 꽤 나온다고?"

누군가가 이 리프라는 소년에게 다가오자, 리프는 바지의 흙을 툴툴 털어버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 대한 지시를 내려준다. 흔하게 조직의 보스가 부하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 처럼 보여질수도 있지만, 웃기게도 자신보다 체격이 몇배나 큰 청소년들에게 한 꼬마가 '명령' 을 한다는것은 절대로 흔치 않은 일이였다.


"이 세상은 아쉽게도 이래, 가진자가 약한자를 집어 삼키지. 나는 너를 몰라, 너도 나를 모르겠고. 하지만 나는 저 녀석들을 이끌수 있는 '힘' 이라는것이 있기때문에 너가 누구인지도 모름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의 것 을 강탈해갈수 있어."


자리에 선 채로, 리프가 소년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마치 그에게 불쌍한 애착을 느끼듯 동정의 눈초리를 보내는 그의 눈빛은 소년이 아직도 영문을 모른채 그저 리프를 올려다보게 만들었다. 리프는 다리를 굽혀 소년과의 시선을 맞추며 여전히 비열한 미소를 지은채 소년에게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다.


"한마디로 너, 강탈 당하고있는거야."


그의 비열한 미소속에 담긴 한마디가 소년의 마음을 들볶아낸다. 주위를 둘러보자 보이는것은 자신의 집이 녀석들에 의해 순식간에 쓰레기장의 하나의 쓰레기 산으로 전락해버리는 장면.
자신의 집이 '철거' 당하고 있다. 몇년전이였을까? 그리 오래된 집은 아니였다만,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재료를 주워 몇일 밤낮이고 얼마나 짚을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그 작은손을 움직여 만들어낸 집이였다 . 물론 바람만 불어도 금세 형태를 잃어버릴듯 너무나도 초라해, 그것을 아무도 집이라고 부르지는 않았지만, 소년에게는 언제나 자신을 맞이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벗 같은 '집' 이였다. 그런데 그 소중한 장소가 단지 '강탈' 이라는 이유만으로 부숴져버리고 있던것이였다.


"그만둬 !!!"


소년의 처절함이 그들에게로 들려왔다. 자신의 집을 지나가는 깡통 차듯 마구 차고, 밟는 그들에게로 몸을 날리듯 달려가 제지하는 소년, 그러나 솜털을 후 하고 불어보이듯 소년의 말은 그들의 행동과 함께 처절하게 묵살되었다.


"이 자식, 뭐야?"

"몰라, 일단 패고 봐."


무참히 짓밟힌다, 소년의 집을 해체하다시피 철거해나가던 녀석들이 시선을 소년쪽으로 돌려, 천천히 소년이 서 있을 공간을 죄여오듯 성큼성큼 한 발자국 다가온다 . 그리고는 쓰러진 소년에게로 가해지는 무자비한 폭력. 그들은 저마다 들고있던 그들의 도구로, 그것이 이 작고도 나약한 소년에게 얼마나 피해를 줄 것인지에 대해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은체, 그대로 쓰러져있는 소년에게로 내려쳐진다. 현실, 이 작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이 마치 이 세계를 대표하듯 벌어지고 있었다. 당연히도 소년은 이 폭력에 대항할 아무 힘도 없었기에, 그저 처절한 신음만 내뱉으며 고통에 발버둥치고 있었을 뿐이다.




"대장, 이 녀석 이제 어쩌죠? 완전히 맛이 가버렸는데요?"

"아아, 보고있어. 딴 짓 못하게 아예 묶어놔. 그보다도 소득은?"

"별거 나온게 없던데요, 이쪽 동쪽다리에는 이 꼬맹이 밖에 안사나봅니다."

"그래? 소득이 없다면 여기서 돌아갈 순 없지, 근처 상가를 순식간에 털고 튀는거다."

무언가 리프의 발을 붙잡는다, 아직 움직일 힘이 남아있던것일까? 원래는 연약하고 부드러웠을 이미 두들겨 맞을대로 맞아 피투성이가 된 소년의 작은 손이, 마지막 힘을 짜내려는 듯 힘겹게 그의 발을 잡아내었다.

"그만둬... 마을로 들어가서는 안된단 말이야..."

"너, 아직도 움직일 기력이 있던거냐?"

"그래... 너희같이 나쁜놈들한테 이렇게 당한건 참을수 있지만... 마을로 들어가서는 안되...
거기엔 사람들이, 사람들이 있단 말이야..."

리프는 자신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소년의 손을 가볍게 뿌리치고는 조용하지만 힘있게 꾹 하고 밟아보였다, 이미 고통에 못이겨 소리를 칠 기력마저 없어진 소년의 목에서는 아무런 소리조차 나오지 않고, 그저 압력이라는 고통만을 느끼듯 소년의 손등만이 꿈틀할 뿐이였다.

"어이, 이 녀석 얼굴이 꽤나 괜찮은데? 르우벤에 노예로 팔면 돈이 좀 되겠어."

"크하하하, 그 전에 우리가 좀 가지고 놀아줘야 하겠는데요?"

"그래 그래, 어서 묶어서 데려가자고요. 리프 대장?"

흉악하고도 비열한 웃음소리가 일제히 높아지며 주위를 가득 메운다. 기껏해야, 10명 안팏의 이 무리의 머릿속에는 자신들의 욕구를 채울 생각 뿐. 무기력하고도 아무런 힘 없는 소년은 그저 이들의 손아귀에 붙들려 옴짝달싹 하지도 못한체, 조용히 자신의 최후를 기다릴 뿐이였다.

그때 소년의 피투성이 된 손등으로 무언가 차가운 촉감이 전해진다. 그 촉감은 손등의 피에 적셔져 곧 사라지었지만, 또 다시 다른 차가운 촉감들이 소년의 손등으로 전해져왔다. 소년은 간신히 엎드려 쓰러진 상태에서 고개를 들어올려 하늘을 바라본다. 코로 떨어지는 작은 하얀색 결정체, 차가운 촉감을 느끼게 해 준 이 결정체의 정체는 바로 '눈' 이였다.

"첫 눈이 내리고 있는데 말이지 ..."

또각또각 하고 차분히 들려오던 구두소리와 함께 그들의 앞에 멈춰선 한명의 꼬마아이.

"당신들 말이야, 이렇게 눈을 더럽혀서야 되겠어?"

검은색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어 자세한 외형은 보이지 않았지만, 적어도 소년이나 리프보다 살짝 더 큰 키로 봤을때 13-14살 남짓의 아이. 그들은 첫 눈과 함께 동시에 등장한 이 아이의 존재에 대해 극도의 경계심을 품기 시작했다.

"뭐야 이 꼬맹이는?"

"너도, 이 녀석과 아는사이냐? 

아직 피가 뚝 뚝 하고 떨어지는 , 피묻은 도구들을 저마다 손에 쥔 체, 이번에는 새로운 노리갯감을 찾았다고 생각했는지, 겁을 주기위해 한껏 소리를 높여 아이에게로 다가가보지만, 정작 아이는 미동도 하지 않은채, 눈 하나 꿈벅않고 로브를 벗어내리는 아이. 
로브를 벗어내리자, 떨어지는 눈들과 함께 풀어헤쳐진것은 이 지역, 아니 적어도 이 나라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길고도 긴 검은색의 머리카락이였다. 동시에 잘 가공한 보랏빛 진주처럼 맑고도 청명한 검은 눈동자가 드러나보였다.

"방금 시각은 자정을 넘겼어, 지금이 바로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꼬마야 소원 빌 것 없니?"

벗어낸 로브안에 소녀가 입고있던것은 어깨부근만을 가려주는 망토, 그 망토안에는 고풍스러운 느낌의 레이스가 달린,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있었다. 
그들의 시점에서 보기엔 자신들과 전혀 다른 머리색과 다른 눈을 가진 인간이 아닌 존재로 보였겠지만, 그래도 말이 통한다는 점을 봤을때 적어도 이 세상 사람인건 분명하랴, 그들은 소년과 더불어 갑자기 등장한 이 미지의 소녀도 자신들의 노리갯감으로 만들 궁리중이였다.

“어이, 우리 말이 들리지 않는거...”

소녀를 에워싸고 있던 녀석들 중 하나가 오른손에 피 묻은 몽둥이를 쥔 채, 용감하게도, 아니 소녀를 먼저 취할 생각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소녀에게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아 그녀를 멈추게 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멈춘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히 소년에게로 걸어가는 소녀가 아닌, 그 남자였다.

“가루가 되어 사라져.”

귀찮다는 듯 낮은 목소리로 말한후, 무심한 표정을 지은체, 그대로 걸어나가는 소녀.
남자는 소녀를 잡으려던 그 자세 그대로 멈춰, 마치 돌이라도 된 마냥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그리고 소녀의 말이 실현되기라도 하듯, 일순간 남자의 형체가 고운 바닷모래와 같이 되어, 뼈는 물론이고 피까지 모조리 각기 색을 지닌 가루가 되어 땅에 쏟아졌다.
그 상황을 바라보는 그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다 다르겠지만, 한가지 공통된 주된 생각은 오로지 하나. ‘건드리면 죽는다’ 였다.

“꼬마야, 바라는 소원을 내게 말해줄래?”

소년을 둘러싸고 있던 그들마저 자연스럽게 길을 비켜내자, 소년의 앞에 다가선 소녀는 가볍게 몸을 굽혀내어 그의 얼굴을 부드럽게 손으로 어루만진체 소년에게 물었다.

“소...원 ?"

"그래,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산타에게 소원을 비는거란다. 그러면 산타가 소원을 들어줄거란다.“

“너가 ... 산타야?”

산타냐는 물음에 아무말없이 의미모를 미소만 짓고 있는 소녀.
만약 이 소녀가 산타가 맞다면, 소년의 상상속에 있는 산타의 이미지와 소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달랐기에, 소년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당혹감을 나타내기도 전에 우선 소년은 이 상황을 해결해야만 했다. 

“어이, 너희들 지금 사태파악은 하고 있는거야? 우리가 여기 있는데 지금 뭐하고있는거야?우린 ‘서쪽다리의 아이들’ 이라고?”

자신의 부하가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얼어붙어있던 리프가 대장으로써의 권위를 지키려고 했는지, 허리춤에서 작은 칼 한자루를 빼낸다. 그리고는 소년의 얼굴을 어루만진체 자신에게서 등 돌리고 있는 소녀에게로 조심스럽게 그리고 아주 천천히 다가간다. 그리고 칼날이 닿을 범위에 닿자, 순식간에 달려들어서는 그대로 소녀의 머리를 향해 자신의 칼을 낮게 찔러내었다. 

“넌 날아가버리는게 좋겠어.”

칼날이 소녀의 등에 닿기도 전, 리프의 귀로 들려오는 소녀의 낮은 목소리. 아까전 가루가 되어버린 남자처럼, 리프도 소녀가 말한 그대로, 하늘로 솟구쳐 오르더니 끝없이 더 높고도 높은곳을 향해 날아가버렸다.

“자, 어서 소원을 말해주겠니?”

리프를 날려버리기 전 과는 다른 목소리, 어쩐지 소녀의 말에는 어서 소년을 도와주고 싶다는듯 기쁨에 찬 미소가 함께 담겨있었다.

“너가 정말 산타야...? 크리스마스에만 온다는 그 산타냐구?”

“글쎄 , 선물을 준 다는 점에서는 같을지도 몰라. 물론 나는, 우는 아이에게도 선물을 주지만 말이야.”

“정말...정말이지?”

어느샌가 눈물을 흘리고 있던 소년은, 피로 범벅이 된 소매로 눈물을 훔쳐내며 소녀에게 재차 물었다.

“정말 너가, 나의 소원을 들어주는, 산타라면 말이야...”

현 상황에서 소년의 상황은 오로지 하나. 자신을 아무런 이유없이 짓밟고, 기분좋을뻔 했던밤을 망쳐버린 장본인들에 대한.

“저 녀석들을 전부 죽여줘.”

소년의 입에서 나온것은 고작 10살짜리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믿기 힘든 단어였다. 사람의 생명을 죽인다는것에 대해 이 소년의 인식은 얼마나 확고히 자리 잡고 있을까, 아니면 거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이유없는 폭행을 당한 상태에서 소년의 무의식적인 분노가 극에 달했던것일까. 이유야 어찌되었던간에 소녀는 소년의 물음에 기다렸다는 듯 곧장 답해주었다.

“알았어.”

‘사람을 죽여달라는 소원을 들어주는 산타’ 라는 존재가 정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소녀는 소년의 ‘산타’ 로서, 소년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서보였다. 

“잠깐 눈 좀 감아볼래? 피곤할텐데, 눈을 감는게 좋겠어. 눈을 감았다가, 눈을 뜨고나면 모든게 해결되어있을거야.”

“그래 ...”

더 이상 말할 기력이 없는지, 소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소년의 눈은 이미 감기고 있었다. 그렇게 눈이 감기며 의식이 점점 흐릿해질때에 소년의 귓가에 마지막으로 들린것은 산타의 분명하고도 똑바른 한 마디였다.

“너희들은 전부 죽어서 날아가버리는게 좋겠어.”




*    *    *    *    *

‘스단’ 의 아침 일은 언제나 고되다. 일어나자마자 갑옷을 챙겨입고는 새벽까지 보초를 서고 있던 ‘허빗’ 과 근무교대. 아침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채, 근무교대를 한 그가 창과 검을 챙기고는 가야할곳은 매일 그날의 일정에 따라 달랐지만, 오늘 그가 아침에 해야 할 일은 동쪽다리의 순찰. 원래는 2인 1조로 자신의 상관과 함께 , 그것도 그의 무거운 투구를 짊어지고는 따라가야 했지만, 오늘은 그 상관님께서 늦잠을 자, 아직 준비중이시라니 그 “고귀한” 분을 위해서 자신이라도 먼저 순찰을 끝내고 오는것이 시간절약 차원면에서도 좋다고 여겨졌기에 그는 비교적 빠른 걸음으로 갑옷 특유의 절그럭,절그럭 하는 소리와 함께 동쪽다리를 향해 걸어갔다.

“아침부터 이게 뭔 고생이람, 이따가 저녁에 주점에서 거하게 쏘라고 해야겠군.”

투덜투덜대던 그가 동쪽다리 밑에 사는 한 소년을 떠올린다. 가끔가다 그곳으로 순찰을 나갈때면 마을 밖, 그러니까 도시의 소식을 자신에게 계속해서 물어와 호기심 많은 소년이라고 생각했었다. 스단은 또 그 소년을 만날까봐, 황급히 몇일 전을 시작으로 들었던 도시의 소식들을 떠올린다. 

“아, 이런 이런 ... 오늘 여기 오게 될 줄 알았으면 미리 준비해오는건데 말이야.”

다리의 중간쯤에 멈춰서자, 그제야 생각을 멈추고는 주위를 바라본다. 보이는건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않아, 스산한 기운을 내뿜는 하늘. 그리고 고개를 아래로 내리자 보이는 것은 다리 밑의...



*    *    *    *    *



“뭐? 동쪽 다리 밑에서 다량의 시체들이 발견 되었다고?”

책상을 내려치며 맞은편의 부하에게 소리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이 작은 마을의 기사단장을 맡고 있는 ‘리스’ . 아침부터 그가 이렇게 소리를 지르게 된 이유는 바로, 동쪽 다리 밑에서 발견된 시체들에 관한 문제였다.

“발견된 시체는 10구 정도로, 전부 몸이 뒤틀려있거나 무언가에 의해 갈기갈기 찢긴 상태였습니다.”

“그렇다면 늑대 무리인가? 우리 측 경비들은 뭘 하고 있던거야?”

“그게 ... 시간을 추정해봤을때, 대략적으로 오늘 이른 새벽에 벌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우리측 경비에 문제는 없었습니다. 보초는 제대로 서고 있었고요.”

“그럼, 맹수가 다리 밑에서 원래 살고 있었다는 소리를 하고 싶은건가, 자네는 ...?”

“맹수에게 할퀴어지거나 뜯긴 자국은 전혀 없었습니다. 만약 배고픔이 목적이였다면 아마 열 놈은 먹지 못하더라도 몇몇은 파 먹었을겁니다. 게다가... ”

“게다가 ...?”

말하기 곤란한 문제라는 듯, 마른 침을 꿀꺽하고 삼키며 리스 앞에서 말하기를 주저하는 남자.

“전부... 아주 높은곳에서 추락한듯 . 머리가 함몰 되어있었습니다.”

무언가에 의해 몸이 뒤틀리고, 할퀴어져있었다. 그것만을 봤을때는 맹수에 의해서 습격 당한것. 단체로 이렇게 당한것을 봤을때는 맹수떼의 습격쪽 확률이 높았다. 그런데 머리가 높은곳에서 떨어진것 처럼 함몰 되어있었다니. 꽤나 곤란한 사태가 발생한듯 했다.

“하, 그렇다면 전부 그 다리에서 자살을 시도해서, 바닥으로 추락했는데 마침 우연히도 그 밑에 있던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맹수떼가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시체들을 훼손만 시키고 갔다는거겠군?”

“더 큰 문제는 그 자살을 시도하려고 했던 아이들이 ‘서쪽 다리의 아이들’ 이라는 겁니다.”

일이 점점 골치아파진다, 서쪽 다리의 아이들은 리스 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최근에는 그 세력이 점점 커져서, 구걸이나 사기가 아닌, 절도나 강탈 쪽에 손을 대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 녀석들이 갑작스레 사망이라?

“역시 ... 마법 밖에 답이 안나오는 사건이 하나 생겼네.”

“또, 그 마법 타령입니까...”

또 시작되는 마법타령에 1년전, 리스가 이 마을의 기사단장으로 오게 된 것은, 한 마녀 때문. 그 마녀를 쫓고있던 리스는 한동안 마녀의 행방에 대해 추적했었지만, 결국 얻게 된 소득은 ‘마녀는 없으니 자신의 임무에나 충실하세요’ 라는 교훈 뿐이였다.

“답이 안나오는 일이 발생해버렸군, 동쪽 다리라고 했나? 내가 직접 그 장소에 가봐야겠어.”


“그럼 오늘 일정들은 ...”

“모조리 취소해. 아무리 못된 녀석들이였다지만, 이유도 모른채로 살해당했다. 그런걸 좌시할만큼 이 마을의 기사단장은 썩지 않았어.”

오랜만에 입어보게 되는 갑옷. 이 가여운 기사단장은 부디 이 갑옷을 입고, 병력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귀찮은 일이아니기를 바라는 그저 소박한 소원을 빌어볼 뿐이였다.


*   *   *   *   *   *




어둠속에서 기억들이 떠오른다, 자신의 의식이 돌아왔다는것을 소년은 깨달았다. 분명 달이 뜬 오늘 밤, ‘산타’ 라고 불리는 존재를 만났던것 같았지만, 소년은 그것이 현실이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두들겨 맞고, 피흘리며 발길질 당한채 바닥에 쓰러져, 녀석들에게 붙잡혀 온것이 현실이라고 소년은 받아들였다. 그래서일까, 소년은 의식이 점점 명확히 돌아오는걸 느꼈지만, 눈을 뜨지 않았다.

“어라, 의식이 돌아온것 같네?”

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소년의 기억속에 존재하는 목소리가 맞다면, 분명 ‘산타’ 의 목소리. 현실을 마주하는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소년은 눈을 떠보기로 했다.

“안녕. 꼬마야?”

“아...안녕...”

침대에 걸터앉은채 누워있는 소년을 바라보는 한 소녀.
의식을 잃기전 봤던 그 모습, 로브가 사라지고, 망토도 벗은 상태였지만, 모든 것이 검은색으로 뒤덮여있는 모습은 기억속과 똑같았다. 분명 ‘산타’ .

“산타 ...? 분명, 산타 맞지?”

의미모를 미소만을 흘린채, 소녀는 그저 소년을 바라보며 미소 지을뿐이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젓는 소녀. 산타가 아니라는 의미였을까, 소년은 어쩐지 어두운 기색을 보이며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것보다 먼저 뭣 좀 먹어야 하지 않겠어?”

침대에서 겨우 몸을 일으켜세운 소년의 뱃속에서 꼬르륵 하고 배고프다는 신호를 내보낸다. 그 모습이 귀엽기라도 했는지 소녀는 피식 하고 웃은채, 뭐라도 좀 먹겠냐는 눈빛으로 소년을 바라보았다.

“빵 .......”

“응 ?”

소년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재차 확인하듯 묻는 소녀.

“빵, 먹고싶어.”

예정대로라면 어젯밤 먹게 되었어야 될, 댄 씨에게서 받은 소중한 빵. 그의 호의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빵을 지키지 못한채 뺏겨야만 했다. 집도 모두 뺏겨야만 했다.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빵을 먹고 싶다면 말이야...”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위에 앉은 소년에게로, 소녀가 자신의 긴 검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얼굴을 천천히 가져다대었다. 무엇을 하려는것일까, 소년은 그저 묵묵히, 그렇지만 조금은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을 뿐이다. 아름답고도 매혹적인 보라색눈동자가 소년의 청록색 눈동자와 맞대어지며 서로를 응시한다. 마침내 둘의 얼굴이 가까이 마주하자, 소년은 부끄러운듯 고개를 돌리려고 한다. 그러나 소녀의 손이 소년의 얼굴을 붙잡아내고는 그대로 입술을 소년의 입술로 가져다대었다. 입술과 입술이 포개어진다는 느낌이 들자, 따뜻한 온기가 온 몸을 감싸는것과 함께, 놀란듯 소년의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그러나 어쩐지 몽롱한 기분이 들어, 그저 소녀가 이끄는대로 끌려가고 있었을 뿐이다.

“자, 빵을 먹고 싶어. 라고 해보겠어?”

입술을 천천히 떼어내며, 소년의 귀로 전해져오는 낮고도 부드러운 속삭임. 
어쩐지 몸에서 알수없는 기운이 생기는것을 느끼자, 소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녀가 하라는대로 ‘빵이 먹고 싶어’ 라고 따라 말해보았다. 

“어 ... 이 빵은...?”

무슨 조화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새 눈 앞에는 소년이 바라던 그 빵이 나타나있었다.
댄 씨에게서 받았던 그 빵 바구니.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빵의 냄새와 함께 전해져오는 온기. 떨리는 손을 간신히 바로한채, 빵을 쥐는 소년의 손. 그리고는 한입 베어물자 촉감도 냄새도, 심지어는 식감도 느껴지는 것을 느끼자. 소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해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 역시 너는 산타인거야?”

“아니 ... 그저 이건, 단지 너가 정말로 바랬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 일뿐이야.”

자신이 바랬기 때문에 이루어졌다. 자신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가한 녀석들을 죽여달라고 소녀에게 부탁한것도 자신이 분명 그 순간만큼은 정말로 절실하고도 간절히 바랬기 때문. 

“되돌릴수 있을까...?”

소년은 그제서야 자신이 부탁한것이 후회스러웠는지 눈물을 글썽이며, 애 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분명, 사람이 가루가 되고, 날아가버리는 그런 광경을 이제 고작 10살의 어린 나이에 봤으니 충격적이기도 했으랴.

“죽은 사람도, 너가 먹고 있는 빵도 다시 되돌릴 수는 없어. 만들어낼 수 도 있겠지만, 그 만들어낸 것은 결국 복제품이지 원본이 아니야. 미안하지만, 이미 진행되버린 일은 되돌릴 수 없어 ...”

“그래 ...?”

소녀의 말에, 어쩔수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빵을 크게 한 입 베어무는 소년. 그러나 어째서인지 제대로 씹어 넘기지를 못하는 소년.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훌쩍이며 몸을 들썩이는 바람에 씹기가 굉장히 어려워졌다. 라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점점 더, 소년의 정신이 몽롱해지며, 정신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진다. 울고있어서일지도 모르겠지만, 눈물을 조금 흘린다고 해서 시야가 흐려지거나, 앞의 사물이 안보이게 되는 경우는 없었다. 소년도 그걸 알고있기에, 무언가 자신의 몸에 이상한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깨닫고는 질문하기 위해 소녀를 바라보았다.

“저기, 지금 내 몸이 ....... ?”

소녀? 소녀는 어디로 사라진것일까? 눈 앞에 분명히,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긴 검은색 머리칼을 느러뜨린 그 소녀가 있었는데, 소녀는 온데간데 없어졌고, 앞에는 어디서 많이 본 남자아이가 존재해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 소년이 소년의 앞에 있었다.

“어...? 분명... 아니, 어째서 내가 앞에 있는거지...?”

거울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앞을 손으로 휘저어보지만 만져지는것은 명백히 자신의 몸. 아니 자신을 가장한 소녀의 몸이였다.


“산타 ...? 너 산타 맞는거지...?”

“산타가 아니야, 나는 산타라고 불려서는 안되. 나는 단지 소원을 들어주고 사람들에게 기생해서 사는 못된 마녀일뿐이야...”

“마녀 ...?”

마녀라는 존재에 대해 소년이 아는거라고는, 숲에 살며, 괴상한 약을 만드는 백발의 노인. 이 정도 뿐이였지, 이런 소녀가 마녀일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조차도 없었다. 아니 남들과는 조금 다른 외형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것이 마녀의 징표라고 생각할 수 없었던 소년은 혼란스러워하기 시작했다.

“나는 매 년 크리스마스 마다 힘을 잃어. 그 힘을 잃은 날에는 언제나 어김없이 필연적으로, 어떠한 방법으로든 내 생명을 노리는 자들이 찾아와. 그래서 나는 언제나 이럴 수 밖에 없어. 크리스마스 전 날에, 나의 남은 힘을 전부 쏟아내어서 소원을 들어준 후에, 크리스마스 당일에 소원을 말한 사람과 몸을 바꿔내지.”

“나는... 나는 전혀 그런 이야기 듣지 못했어 ...!”

“당연하지, 나는 마녀니까 .”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지, 옆에 위치한 거울로 다가가,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본다. 검은색 드레스와 어울리는 길고도 긴 검은색 머리카락. 그리고 보랏빛 눈. 문제는 소년 자신이 이런 모습이 되어버린것이였다.

쿵쿵쿵 . 쿵쿵쿵 .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며, 무언가 밖이 소란스러워진다 . 소년이 된 소녀는 황급히 뒷 문으로 문을 닫고 나간다. 소녀가 된 소년도 뒤 따라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지만, 밖에서 잠궈버린 문. 열리지 않았다.

“사건 현장에서부터 여기까지 발자국이 쭉 남아있더군? 일단 나와주셔야겠어. 마녀 씨.”

밖에서 들리는 한 남성의 목소리. 소년이 알기로는 분명, 기사단장 리스 의 목소리 였다.

“난... 난 마녀가 아니라구요 ? 아저씨, 나에요. 나 ! 동쪽 다리 밑에 사는 아이라구요 !”

“그 꼬마도 데려갔더군, 어디다 숨겼지? 아니면 이미 희생제물로 바치기라도 한건가?
 더 이상 말하지 않겠어. 어이, 부숴버려.“


부숴지는 문 . 병사들이 난입하며, 마녀를 붙잡는다. 소녀는 울부짖어보지만, 그들에게 소녀의 목소리가 통할리는 없었다. 집안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버리고, 소녀는 그대로 밧줄에 개처럼 묶인채 밖으로 끌려나간다. 문을 나서자 하늘에 보이는 것은, 새하얀 눈들 . 그 눈들이 소녀의 얼굴에 떨어지며, 차가운 감촉들을 만들어낸다 . 그리고 그 차가운 감촉들은 곧, 소녀의 얼굴에 녹아, 물처럼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한없이 내리는 눈 .
어느 겨울의 크리스마스 밤 이였다.

Writer

수려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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