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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in Kiss - 쿠키 作 /2차 심사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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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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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in Kiss


나 오빠랑 결혼할래.”

태어나서 처음 받은 고백이었다. 세상이 미친 건지, 내가 미친 건지는 확실하게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하나는 잘못되어 있는 것이 분명했다. 당시의 나는 연애라는 단어를 사전적이 아닌 실존적인 의미에서 받아들인 적은 없었다. 연애 항체가 없던 나는 면역시스템이 부실했고, 예쁜 여자아이가 먼저 고백을 해왔다는 사실에 들뜰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젊은 날의 낯 뜨거운 추억이었다.

때는 바야흐로 한 여름의 어느 날.

나는 여느 대한민국의 고등학생들과 같이 학원수업을 마치고 늦은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었고, 아파트 단지의 슈퍼마켓에 들러 아이스크림이나 하나 먹고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낮에는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을 아이스크림 냉장고 안은 난장판이었고, 나는 그 안에서 어딘가에 숨어있을 케이바(K)를 찾고 있었다. 케이바는 겉은 초콜릿 코팅이 되어 있고 안에는 신 맛과 함께 톡톡 쏘는 탄산 사탕이 들어 있는 묘한 미감의 아이스크림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었다.

, 여기 한 개 있네.”

구석의 구석까지 냉장고 안을 헤집고 다닌 후에 겨우 찾은 케이바 한 개. 하지만 내가 손을 뻗었을 때는 케이바는 지켜오던 순결을 잃은 뒤였다. 정확히 말하면, 0.X초 차이로 다른 이의 손이 케이바에 먼저 닿았고, 내 손은 그 사람의 손을 잡은 것이다.

. 사랑하는 딸의 결혼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이 이러할까. 어찌되었건 내가 늦은 것이다. 선착순이 진리인 이 세상에서 나는 늦었다.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잘 가라. 케이바. 다른 아이스크림으로 내 욕구와 갈망과 성욕과 리비도를 억제할 수 없나니. 그렇다면 이 원한을 풀지 않고 배길쏘냐.

그래! 이 원한을 풀지 않고 어찌 배길쏘냐! 적어도 그 욕망에 일그러진 더럽고 추한 얼굴, 이 안구와 뇌세포 속에 깊숙하게 처박아 주겠어! 네놈이냐? 사랑스러운 내 케이바를 겁탈한 놈은? 겁탈! 겁탈! 겁탈! 겁탈! 겁탈! 겁탈! 겁탈! 겁탈! 겁탈! 겁탈! (참고로 이 겁탈 10회 발언은 1초 동안 뇌 속으로 했다.)

나는 이제껏 냉장고 속에만 향했던 시선을 돌려서 케이바를 빼앗아간 녀석을 쳐다보았다. 내 가슴 정도까지 겨우 올 정도의 작은 놈이었다.

………. 뭐랄까, 예쁘고 귀여운 작은 여자애가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오른손에 케이바를 들고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다. 트윈테일에 빨간 리본, 하얀 민소매 티 사이로 보이는 속살은 수영복 라인을 따라서 명확하게 채도가 달라서 최근에 어딘가에서 수영을 하며 놀다온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크고 맑은 눈은 언젠가 다큐멘터리에서 본 네 발 달린 짐승 중 사바나 평원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다는 초롱초롱한 톰슨가젤의 눈망울을 닮아 있었다. 그래, 그 호소력 짙은 눈은

죄송합니다. 댁의 따님을 겁탈해서. 하지만 이미 지난 일 어찌하리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상대가 이렇게 어린애라서야 교섭의 여지도 없겠지. , 참고로 저런 꼬마애, 그것도 여자애를 상대로 유혈 사태를 부를 만큼 내가 개념이 없지는 않다는 것도 미리 알려두고 싶다.

어쨌든 패장은 말이 없는 법.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을 노래한 시인도 있지 않았던가? 나는 꼬마애를 무시한 채로 냉장고 문을 닫고 슈퍼마켓을 나서려 했다. 꼬마애는 내 눈치를 살살 보더니 나를 추월해서 쪼르륵 달려가서는 카운터 위에 케이바를 올려놓았다. 그런데 꼬마애의 반응이 이상했다. 이 주머니, 저 주머니를 마구 뒤지더니 나중에는 블루 스크린이 뜬 윈도우 마냥 멍하니 서 있었다.

오호라, 통재여. 너 이 새끼, 돈을 안 들고 나왔구나! 아르바이트 점원의 Ctrl+Alt+Del 명령에도 소녀는 먹통이라 이젠 리셋버튼에 의한 리부팅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요.”

나는 500원 동전을 카운터에 올리고 재빨리 케이바를 낚아채서 슈퍼마켓을 나왔다. 그리고 승자와 패자는 뒤바뀐 이름표를 가지고 슈퍼마켓 앞에서 대면했다. 소녀는 나, 정확하게는 원래는 자신의 입안에 들어 있었어야 했던 케이바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눈빛은 그래, 마치

한입만.”

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기쁨은 나눌수록 반이 되고 슬픔은 나눌수록 2배가 된다. 몇몇 사람들이 이 진실을 잘못알고 있는 듯하지만, 훌륭하신 대한민국 교육덕분에 나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내가 기쁨을 나눌 리가 없었다.

그럼, 어디 먹어볼까?”

이 대사는 패자에게 그 굴욕감과 좌절감을 더해주기 위해서 말해보았다. 그냥 먹어도 될 아이스크림이지만, 승자라면 모름지기 운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포장을 뜯자 겁탈 직전까지 갔던 케이바는 검은 속살을 드러냈다. 나는 그 알몸을 눈으로 한 번 즐긴 후, 크게 베어 물었다.

케이바가 뭔가요, 먹는 건가요?’

. 우적우적.’

소녀와 나는 눈빛으로 대화했다. , 그런데 거기서 여자애의 눈에서 또르륵 눈물이 흐르는 게 아닌가?

오매, 맙소사. 안 그래도 짜증이 내려오는 열대야의 도심 한 가운데서, 꼬마애의 우는 소리가 아파트 단지로 울려 퍼지는 것을 상상해보자. 그것도 밤중에. 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다행스럽게도 소녀의 눈에서는 눈물만이 흘렀고, 아직 본격적으로 서러움에 복받친 울음을 터트리기 전이었다. 게다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여드름투성이의 남고생, 울고 있는 여자애라는 상황만으로 보면 충분히 오해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 최악의 상황으로 저 여자애의 엄마가 아파트에서 이름 좀 날린다는 부녀회 간부라는 사태도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이 험한 세상에 잘못된 소문이 아파트에 퍼질 지도 모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달래야 한다!

본능이 나에게 외쳤다.

, 이거 내가 한 입 베어 문 건데 그래도 먹을래?”

미안하구나, 나 자신이여. 이럴 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어. 최대한 웃음을 지으면서 미안함을 내포한 자비와 관용의 연화미소가 내 얼굴에 깃들기를 바라면서 케이바를 소녀에게 내밀었다. , 한 마디로 썩소겠지. 이미 케이바의 상단 60%는 내 위장에서 헤엄치고 있었기에 내민 플라스틱 작대기에 매달린 케이바의 남은 몸뚱이는 처량하게까지 보였다. 하지만 아직 케이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사탕은 아직 하단 속에 숨어 있었고, 나는 이것을 충분히 어필하기로 했다. 강점은 더욱 강하게. 약점은 속이거나 없는 것처럼. 원래 광고가 그런 거잖아?

, 너도 케이바를 좋아하면 알 테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춘다고 한다. 하지만 빈 말은 아니었다. 그 많고 많은 아이스크림 중 굳이 하나 남은 케이바를 택한 소녀에게 나는 같은 전장(냉장고)을 겪은 전우로서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고 있었다. 학교 매점에는 안 팔린다는 이유로 들여오지도 않은 케이바를 선택한 그 안목! 정말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난 거겠지.

, 사탕은 한 개도 안 먹었잖아. 사탕을 전부 먹는다면 케이바 전부를 먹는 것과 같다고 방그레 사장님도 말씀하셨지.”

-물론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내 철학이었다. 달콤한 초콜릿과 어울리지 않는 새콤한 사탕. 그 이율배반적이고 동족상잔적인 맛. 그리고 그 둘 사이의 하모니. 마치 신세계와 구세계의 중간적인 맛. , 굳이 표현하자면 처음 맛보았지만 처음 맛본 것 같지 않은 맛. , 길게 말했지만 한 마디로 케이바는 그 속의 사탕으로써 그 맛이 완성된다고 생각했다. 조커느님도 말했었다. You complete me. 네가 나를 완성해.

다시 말하면, 난 너한테 케이바를 양보한 거나 다름없는 셈이야. 그러니까 울지마라. ? 제발? 플리즈?”

소녀는 울음을 그치고 빼꼼히 내가 내민 손을 바라보더니, 내 얼굴을 바라보고, 다시 케이바를 바라보더니,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 뭐하는 거냐?

.”

처음 듣는 소녀의 목소리였다. 겨우 들릴 만큼 작은 목소리는 그 소녀의 앳됨만큼이나 여렸다.

하지만 뭐?”

………….”

하지만 남이 입댄 거라서 못 먹겠어요.

하지만 이미 윗부분이 없어져서 케이바의 궁극 미각 황금비는 깨어져버렸어요.

하지만 힙합은 했지만 랩은 안 했어요.

내가 소녀의 답을 하나하나 생각하고 있자니, 내 손에 따뜻한 온기가 닿았다. 소녀가 내 손에서 케이바를 받아간 것이다.

, 다행이다. 유혈사태는 피할 수 있어서.

소녀는 받아간 케이바를 작은 입으로 가져가서는 마치 동물들이 물을 먹듯이 혀를 내밀어 할짝할짝 핥았다. 정말 처음에 본 톰슨가젤 같은 인상 그대로였다. 하긴 저렇게 작은 입으로는 나처럼 크게 한 방에 베어 무는 것은 못 하겠지.

소녀는 케이바를 핥다가 나를 보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베시시 웃었다. . 물론 귀엽고 예쁘다고 생각했다. 다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뭔가 울림이 있었다.

봐라! 저 소녀의 미소를! 저 행복한 눈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너는 아직도 깨닫지 못했느냐?

? 무슨 문제라도 있나? 문제가……………있구나!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깨달아 버렸다. 그래 저 눈은 분명히 저런 눈이야!

『ㅋㅋㅋ 그걸 믿었음? ㅋㅋㅋㅋ 』

, 나는 돈은 돈대로 쓰고 케이바의 핵심인 사탕까지 빼앗긴 절망적인 상황인데, 놀랍게도 소녀는 내가 분노하기는커녕 안심하게끔 만든 것이다. 여자의 눈물을 조심하라더니 이렇게 당할 줄이야. 저 어린 나이에 그런 스킬을 벌써 습득했다니. 요즘 애들이 렙업이 빠르다던 말이 허언이 아니었구나. 무서운 아이! 한 순간이나마 케이바로 이어진 동지애를 느꼈던, 소녀가 귀엽고 예쁘다고 느꼈던 내 자신에 환멸감이 느껴졌다. 이어서 마음 속 깊은 속에서 다른 울림이 있었다.

복수해라.

하지만 어떻게? 이미 넘겨준 것을 다시 빼앗는 것은 도의에 어긋나는 것이다. , 그런가. 물리적인 타격이 아니라면 정신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웃으니까 예쁘네.”

내 말을 들은 소녀는 부끄러운 듯이 몸을 옆으로 돌린 채 케이바의 드러난 사탕을 핥았다. 그러면서 곁눈질로 나를 힐끔힐끔 보는 게 귀여웠다.

우선은 이렇게 한 번 비행기를 태워준 다음에,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털.”

내가 대사를 마치기도 전에 소녀는 재빠르게 →→대쉬로 나에게 붙어서는 조그만 왼손 주먹으로 내 배꼽 아랫부분을 강타했다.

으헉! 이것은 대단히 아프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아팠다. 완전히 방심하고 있었고, 여름이라 셔츠와 러닝 밖에 입고 있질 않아서 충격완화를 해줄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 그래봐야 여자애치고는 아팠다 정도겠지만, 아 그래도 진짜 아프긴 아팠다. 내가 조금만 더 개념이 없었으면 분명히 반격기 커맨드를 집어넣었을 것이다.

소녀는 나에게서 조금 떨어져 나를 쳐다본 채로 여전히 아이스크림을 핥고 있었다. 케이바의 아이스크림 부분은 이제 거의 다 사라져 있었고, 사탕만이 대에 남아 있었는데, 그 사탕도 이젠 거의 다 사라지고 있었다.

, 너 미안하다고도 안 하냐?”

……….”

소녀는 아무 말 없이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는 마지막 남은 사탕을 입에 넣었다.

오드득오드득—』

? 설마 이 녀석이 나에게 복수하는 것인가? 아까 내가 괜한 대사로 승자의 기쁨을 누렸던 1라운드의 복수를 지금 2라운드에 하는 건가? 저 비상식적으로 큰 사탕이 부서지는 소리는 그렇다고 밖에 볼 수 없어! 내가 소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소녀를 보았을 때, 소녀는 아까와 같이 베시시 웃고 있었다. , 어린 애만 아니라면 어떻게든 해줬을 텐데, 너무 애다워서 그냥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덧니가 드러난 얼굴이 그냥 귀여웠다. 만약 내가 저런 표정을 지으려 한다면 분명히 썩소가 되겠지. , 됐다. 그래 네 승리다. 이 아저씨, 네 미소를 본 걸로 족하다 치련다.

소녀의 오드득 소리는 갈수록 데시벨이 낮아졌고, 결국에 남은 것은 앙상한 뼈대만 남은 하얀 플라스틱 막대기뿐이었다. 모든 것이 끝난 것이다.

거기서 내가 해 줄 말은 하나 밖에 없었다. 패자에게 어울리는 대사였다.

너 집에 가서 손 씻고 양치질하고 발 닦고 자라.”

그 말을 들은 소녀는 나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나 오빠랑 결혼할래.”

태어나서 처음 받은 고백이었다. 세상이 미친 건지, 내가 미친 건지는 확실하게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하나는 잘못되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요즘 아이들이 충동적이라더니 과연 아이스크림 하나에 잘도 이렇게 몸을 파는구나? 아니, 솔직히 이야기해서 당시에는 소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 뭐라고?”

오빠랑 키스도 했으니까 그럼 남자랑 여자 둘이 결혼하는 거잖아?”

, 이 애 보소. 타인 인생 종결자라는 타이틀을 달 기세네. 네 말 한 마디에 이 가련한 고2생이 어떤 미래를 겪을지 넌 알고는 있냐? 누가 잘못 들으면 난 진짜 경찰서에 가야 될지도 모를 발언이란다.

내가 언제? 너 미친 거 아냐?”

지혜 안 미쳤어! 그리고 오빠가 준 아이스크림 내가 먹었으니까 키스 맞잖아!”

, 네 이름은 지혜입니까? 아니 그보다 키스라니. 그래, 그래. 간접키스를 말하는 거냐?

간접키스라니……. , 그런 건 진짜 키스가 아냐.”

그럼 뭐가 진짜 키스인데?”

,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안 되겠지요? 너는 아직은 순수해도 좋을 때란다.

넌 아직 몰라도 돼.”

뭐야, 자기도 모르면서.”

사실 나도 모르는 것은 맞다. 해 본적이 없으니까. 이론적으로는 아는데, 실습은 해본 적은 없다. 슬픈 일이다.

…………(할 말이 없구나.)”

오빠, 내일 이 시간에 여기 와. 지혜 기다릴 테니까. (명령이냐?)”

내일 뭐하게? (키스 실습하게?????)”

몰라! 아무튼 내일 안 나오면 지혜 화낼 테니까!!! (아니 니가 화를 내는 거랑 나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

그리고 소녀(지혜)는 나에게 메롱을 한 번 날린 뒤, 102동 쪽을 향해서 사라졌다.

『……………………』

소녀는 사라졌고, 오직 적막과 더위만이 내 곁에 남아 있었다.

, 이럴 때 쓰는 좋은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 그래. 생각났다.

먹튀.

다음날 저녁, 슈퍼마켓 앞에서 나는 지혜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올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겠지만, 기다리다보니 내가 뭐하나 싶은 게, 애가 지나가면서 한 말을 내가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 같았다. 그래도 이왕 기다리기로 한 것, 어제 먹지 못한 케이바의 맛을 음미하면서 케이바를 다 먹을 때까지만 슈퍼마켓 앞에 있다가 집으로 가기로 했다. 더운 날이었는데도 뭐가 그리 아까운지 케이바를 아주 오랜만에 아껴 먹었던 기억이 난다. 사탕만이 남았을 때 슈퍼마켓 모퉁이 사이로 누군가가 고개를 내밀어 나를 바라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혜였다. 반갑다기보다는 대체 왜 왔느냐가 더 궁금했다. 그리고 지혜의 태도로 보아서는 내가 지혜가 온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기를 바라는 것 같아서 내버려두었다. 그래서 그쪽을 무시하려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잉? 거기에도 지혜가 1톤 트럭 옆에서 고개를 내밀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지? 순간이동? 사역마? 시공간의 왜곡? 대유기생명체콘택트용휴머노이드인터페이스?

내가 당황해하고 있는데, 슈퍼마켓 쪽의 지혜가 손짓을 하더니 트럭 쪽의 지혜가 그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선 그 둘은 잠시 이야기하는가 싶더니 나에게로 다가왔다. 뭐야, 쌍둥이였구나. 똑같은 트윈테일에 리본색만 달랐고, 둘의 옷도 어제 본 지혜의 것과 같은 옷이었다. 다만, 한 녀석에게만 살이 탄 흔적이 있어서 바로 그 애가 어제의 지혜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빠, 기다려.”

지혜는 나에게 말하고는 언니인지, 동생인지 모를 소녀와 함께 손을 잡고 슈퍼마켓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기다리자니, 둘은 한 손에 아이스크림 하나씩을 쥐고 나왔다. 지혜의 손에는 케이바, 다른 소녀의 손에는 딸기 맛 아이스크림인 스트로베리즈가 있었다. 그리고선 둘은 나를 무시한 채로 아이스크림을 먹기 시작했다. 뭡니까? 난 뭐하라고?

지혜야, 난 그럼 가도 되지?”

안 돼! 지혜가 기다리라고 했잖아!”

아니, 뭐 어쩌라고? 귀여운 쌍둥이 자매가 아이스크림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건 그것대로 눈요기다만, 할 일이 없는데 말이지.

조금만 기다리면 지혜 거의 다 먹으니까.”

열심히 혀를 낼름낼름거린 덕분에 지혜의 아이스크림은 반은 없어져 있었다. 옆의 소녀의 아이스크림은 아직 70~80% 정도는 남아있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나름 열심히 힘낸 것이겠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미 없는 두 소녀의 아이스크림 시식광경을 보고 있노라니 지혜가 손을 내밀었다.

, 오빠.”

그 아이스크림은 어제 내가 지혜에게 넘겨줬던, 딱 그 정도 크기의 케이바였다. 그런 것이었냐? , 어쨌든 주는 것이니까 감사히 받도록 하자.

고마워.”

지혜의 손에서 건네받았다. 방금 케이바를 먹은 직후였지만, 그래도 지혜의 성의를 무시할 수는 없었기에 바로 먹었다. 케이바를 먹고 있으니 지혜 옆의 소녀가 나에게 물었다.

그거 맛있어? (이 자매는 존댓말을 모르는 듯하다.)”

맛있는데?”

. 한 입에 사탕까지 입 안에 넣고 어금니로 깨부수면서 대답했다.

! 내 말이 맞지?”

……….”

지혜가 다른 소녀에게 묻자 그 소녀는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고 먹던 아이스크림에 혀를 옮겼다. 혀와 동시에 적잖이 입술까지 나온 것으로 봐서는 모종의 내기(?)나 다툼(?)이 있었던 것 같았다.

오빠, 지혜가 어제 사랑이한테 케이바 좋아하는 오빠를 만났다고 했는데, 사랑이가 안 믿잖아. ! 내 말이 맞지? 메롱~.”

지혜는 사랑이를 향해 메롱을 날렸다.

, 지혜와 사랑이라. 좋은 이름이구나. 하긴 케이바의 맛이란 오묘해서 좀처럼 미식가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맛이기도 하지. 내 주위에도 나 말고는 케이바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아무튼 볼 일은 다 끝난 것 같았다. 지혜가 준 케이바를 다 먹었기에 이제는 가도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 때, 지혜가 말했다.

나 이 오빠랑 결혼할 거다~. 너도 키스하는 거 봤지?”

…….”

뭡니까? 이 합동 사기단은?

간접 키스는 진짜 키스가 아니라고 했잖아?”

내가 재빨리 반박했다.

메롱~. 지혜는 다 알지롱. 엄마가 그러는데 진짜 키스는 서로 좋아해서 입 맞추는 거래. 어제 오빠가 준 케이바 지혜가 좋아서 먹었고, 오늘은 오빠가 그랬으니까 키스한 거 맞아.”

…….”

이 무슨 형이상학적인 대답입니까? 지혜와 사랑이의 어머니! 아니 틀린 건 아니지만, 굳이 말하자면 정답에 가까운 표현이지만, 아 여기서 제가 뭐라고 말해야 되나요? 어머니! 진짜 키스는 서로 혀를 집어넣는 것이라고 제가 저 순수한 애들에게 직접 말해줘야 되는 겁니까?! ……. 그런 거 쪽팔려서라도 말 못해. 이건 나의 패배야.

헤헤.”

지혜는 뭐가 그리 좋은지 베시시 웃고 있었고,

사랑이는 뭐가 그리 분한지 입술을 내민 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그럼 오빠 이름은 뭐야?”

내 이름?”

. 이제 오빠 내 남자 친구니까 이름으로 불러야지. 원래 그런 건데 오빤 그런 것도 모르는구나?”

미안해. 나 요즘 트렌드는 잘 모르거든.

, 이름 정도는 가르쳐줘도 괜찮겠지.

내 이름은 말야…….”

, 그럼 OO오빠, 내일 봐~. 헤헤헤헤.”

내일 또 보는 거냐? 매일 볼 기세네.

지혜의 인사를 뒤로 두 자매는 102동을 향해서 걸어갔다. 손을 흔들고 멀어져가는 두 자매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둘의 대화가 귀에 들려왔다. 먼저 말한 것은 사랑이였다.

근데 저 오빠, 생긴 게…….”

…….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중요한 건 속이야! 케이바도 안의 사탕이 중요하단 말야! 게다가 이미 키스까지 한 걸.”

그렇구나. 그럼 어쩔 수 없지.”

뭐가 어쩌고 어째?

, 그러고 보니 이게 벌써 2년 전의 일이구나. 이제는 나도 대학생이 되었고 지혜와 사랑이는 중학교에 입학했다. 나도 지금은 어엿한 여자친구까지 있다. 벌써 사귄지도 2년이나 되었다. 내가 여친이 있다는 것은 두 사람만의 비밀, 아니 세 사람이구나. 내 연애는 세 사람만의 비밀이기에 친구녀석들도 내가 여친이 있다는 것만 알지, 어디의 누군지는 모른다. 나 자신도 잘 말을 안 하니까 내 여친이 화제가 되어도 말할 거리가 없으니, 여친이랑 진도 어디까지 갔느냐는 그런 질문이나 한다. , 그러면 한 마디를 하고 만다.

첫 키스의 맛은 달콤하면서도 신 아이스크림맛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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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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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6)

요마 10.12.02. 00:39
으앜ㅋㅋㅋ 역키잡

굉장히 흔하고 보편적인 전형적인 역키잡 플롯인데... 나쁘지는 않았네영

하지만 마무리가 좀 아쉽고 너무 개그에 연연해서 그런지 중간중간에 좀 어색해 보이는 문장도 있네요

전체적으로 10점 만점에 6.5점 드리겠슴미다.
ㅁㅁㅁ 10.12.02. 01:18
똥을 싸는데 중간에 끊고 나온 기분입니다. 후반부가 너무 부실합니다.
하늬비
하늬비 10.12.02. 01:33
에... 확 끊겼네요. 잘보다가; 마지막 문단(과 마지막 문장)만으로 포인트를 주기에는 임펙트가 모자란 느낌..
전체 분위기 대로의 개그가 마지막 문단에서도 쓰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MMI 10.12.08. 02:56
일단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초성체를 좀 남발하겠습니다.
엌 이거슨 대단히 아프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이런 키치한 개그 대단히 좋아합니다.

아래의 Peace Love & Icecream이 보편적이고 균형적으로 잘 쓰여진 작품이라면, 이 작품은 심각하게 밸런스가 기우뚱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래도 서점에서 그런 두가지의 책이 놓여있다면 제가 선택하는 것은 실수한 것 없이 균등하게 잘쓴 쪽보다는 다른 건 못해도 어느 한 부분만은 특출난 작품쪽일 겁니다.
무엇보다도 억지로 짜맞춰서 넣은 것이 아니라 그냥 고등학생이 서든하다 발리면 입에서 방언이 튀어나오듯 자연스럽게 개그가 녹아들어 있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주인공의 입담이 너무 강력한 나머지 아역...이 아니라 여주인공의 매력이 거기에 묻혀버린다는 것은 다소 아쉬운 점이었고, 다른 분들도 공통적으로 말씀하셨듯 결말 부분도 이런 스타일의 개그 왕도답게 기승전병으로 완결되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아무튼 재미있었습니다. 이후가 대단히 기대되는 분입니다.
위래
위래 10.12.25. 05:13
으앙 주금2

각종 패러디로 점철되어 이끌어가는 주인공의 사고 과정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서술되었지만 스토리텔링이 여실히 부족하네요. 쌍둥이라는 설정도 크게 드러나지 못했고요. 갑작스레 2년이나 건너뛰는 것도 그렇고.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과 이어지는 연애감정도 설득력이 떨어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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