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이정표

낮달2 - 아스렌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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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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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예기가 후일담으로 전해지고 있지." 별빛하나 보이지 않는 구름이 잔뜩 낀 새까만 밤하늘. 주변에 펼쳐진, 마치 숲 속을 연상시키는 나무와 풀들, 그리고 영화에서 법한 부서진 유적건물들을 본다면 우리를 여행 온 관광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마치 숲처럼 생성된 이곳은 명확하게 우리 도심의 일부로 우리들에게는 '제 44번 유적지'로 불리는 장소다. 또 다른 이름은 '유령출몰지'인데 이곳에 찾아오는 관광객이나 처음 방문하는 고고학자들이 초자연적인 경험을 하고 돌아가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으로 실제로 유명한 심령술사나 고승들이 찾아오는, 소위 말하는 '심령 포인트'다. 그런 괴상한 장소에 우리 3명이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여름방학계획' 때문이었다. 그리고 방금, 그 계획 중 한가지의 진척도가 올라갔다. "자, 그럼 끈다." 스포츠머리를 한 소년이 눈앞에 준비한 초를 올려둔 접시를 들었다. 소년이 '훅'하고 부는 소리와 함께 흔들리던 촛불이 꺼졌다. 그리고는 촛농이 묻지 않게 조심스럽게 접시를 내리며 "이걸로 1개 남았네. 의외로 빨리 끝나겠는데? '기묘하고 신기한 체험 100선!'말이야." "늦는 거지. 오늘 점심부터 시작한 거잖아? 지금 네가 가져온 시계의 시간, 벌써 11시라구?" '그런가?'라며 웃는 소년을 그 옆에 앉아 있던 단발머리의 소녀가 '그래. 여전히 시간 감각이 둔하구나.'라며 맞장구를 쳤다. 이 둘은 나의 '소꿉친구'로 벌써 9년간의 질긴 사이다. 현재 우리들은 여름방학 시작과 동시에 계획한 '여름방학에 반드시 할 환상적이고 스페셜한 계획!!!', 줄여서 '여름방학 계획'의 일부인 '담력시험 - 괴상하고 신기한 체험 100선!"을 실행하고 있다. 이 계획은 현재 내 앞에서 가져온 음식을 마구 삼키고 있는 '태형'이 계획한 것으로 평소에 보면 굉장히 '대책 없이 산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체육계 친구지만 의외로 일정을 짠다거나 계획하는 것이 특기인 '하면 되는 아이'다. 다만 계획을 짜면 괴상한 네임센스가 발동한다는 것이 흠이며 이번 '여름방학 계획'도 그가 계획한 탓에 모든 항목이 쓸데없이 긴 제목을 가지고 있다. 그나마 이번 것이 제일 짧은 편이지만 그래도 아직 나에겐 아주 크나큰 불만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왜 이렇게 된거야?" "응?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왜 초가 100개나 있냐고." "그건 말이지, 일본의 전통인데, 촛불 100개를 키고 무서운 예기를 할 때마다 한 개씩 끄면 마지막에 진짜 귀신이 나타나 준다는..." "나도 알아! 내가 따지는 건 왜 일본식으로 괴담 모임을 진행하고 있느냐라고!" "자, 진정해 진정. 쟤가 그러는 거 한 두 번인 것도 아니잖아?" "진정하게 생겼어?!" 그래. 이게 문제다. 왜 하필 일본식이지? 난 그게 도저히 납득이 되질 않는다. 딱히 일본이 싫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왜 하필 초를 사용하는 거냐고. 그냥 예기하면 안돼? 저 녀석은 '글로벌 시대에 맞춘 계획이야!'라며 그럴 싸 하지만 변명 같지도 않는 변명으로 둘러댈 뿐이다. 태형은 자신의 옆에 있는 가방에서 초코바를 하나 꺼내 포장지를 벗겨 한 입 물고는 "좀 넓게 생각하자고. 애당초 이 나의 여름방학에 반드시 할..." "'여름방학 계획'! 너무 길다고 말했잖아?" "윽! 선영아. 그래도 때릴 건 없잖아? 그것도 페트병으로." "'쓰레기는 재활용 합시다'를 실천 중 인 것뿐이야." "그런 의미의 재활용이야?!" "거기 둘! 그 재미도 없고 바보 같은 말장난은 그만 좀 해. 태형이 넌 말이나 계속하고." "체, 여전히 냉담하구만." "당연하지." 가만히 내비두면 분명 이거 가지고 1시간은 족히 떠들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저 둘 사이에 CD한 장을 놓고 가만히 있으면 30분가량은 족히 둘이서 떠들기 때문에 내가 적당히 중재를 해야 한다. 적어도 그것이, 나와 저 둘의 암묵적인 '규칙'이다. "그러니까, '여름방학 계획'의 취지는 여러 가지 일을 '다방면적으로 체험해보자'는 거였잖아? 그래서 전에 산에 등반하러 갔었을 땐 보호종이 아닌 것만 골라서 사냥까지 했잖아. 그리고 이번엔 '괴기스럽고 신기한 체험 100선'에 맞춰서 일본 전통인 '햐쿠모노가타리'를 하고 있는 거고. 별로 문제될 건 없다고 보는데?" "이미 산 짐승을 사냥한거에서 부터 이상한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왜 아무런 말도 없이 갑자기 그 '햐쿠모노가타리'를 한 거냐는거지." 우리가 이곳 44번 유적지에 도착한 것은 오늘 아침으로 우리들의 집에서 꽤 멀었기 때문에 출발은 오전 5시였다. 9시 경에 도착한 우리는 돗자리를 깔고 가져온 음식을 먹으며 잠시 쉰 뒤 '괴담 100선'을 할 예정 이였지만 막 시작하려고 할 참에 갑자기 태형이가 '타임! 준비한 게 있지.'라며 어디다가 챙겨온지 모를 초 100개와 접시, 그리고 고깃집에서 쓰는 지포라이터를 꺼내들고는 뭐라 말할 틈도 없이 재빠르게 불을 붙여버렸다. 아니, 애당초 이곳에 올 때 이상할 정도로 굉장히 큰 가방을 가져왔을 때부터 눈치를 챘어야 했다. '보나마나 도시락이나 잔뜩 챙겼겠지 라고 생각한 내가 어리석었어.' 어쩔 수 없지만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이다. 생각해보면 촛불을 99개 끌 동안 한 번도 말을 꺼내지 않은 내가 멍청한 거다. 지금 따져봐도, 엎질러지기는커녕 다 마른 물이다. 아... 자신의 둔함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어쩔 수 없지. 다음부터는 네 행동하나하나에 주의를 둬야겠어." "포기가 빠른데? 무슨 바람이 분거냐?" "포기가 아니라 '체념'이야. 거기다가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고. 반복하지 않도록 다짐하는 수밖에..." "근데 그거 맨날 태형이한테 하는 소린데?" "윽." 순간, 가슴이 움찔했다. 태형은 선영이의 말을 듣고는 히죽히죽 웃으며 빈정거리듯이 양팔을 끼고는 "그랬나? 난 기억력이 없어서 말이지~" "내 기억으로는 이번으로 드디어 천 번 돌파야." "우와, 우유부단한 놈~ 얼마나 기억력이 나쁜 거야?" "참고로!" 선영이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들고 있던 페트병으로 옆에 있는 태형이를 가르키며 "이 숫자는 그만큼 태형이 네가 한 바보짓의 척도로도 사용돼." "우와! 나란 놈은 얼마나 바보인거냐!" "그러니까 그 재미도 없는 개그질 좀 그만하라고." 하여간, 이 둘은 내버려두면 거의 무한하게 떠들어댄다. 지치지도 않는 걸까. 어릴 때랑 여전하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하늘을 올려보았다. 방금 전에 올려다 보았을 땐 석양이 막 진 상태라서 얼핏 하게지만 달이 보였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구름과 나무들 때문에 달조차도 보이지 않을 정도다. 거기다가 도심치고는 별이 굉장히 잘 보이는 편에 속하는 곳이지만 이상하게도 별빛은 커녕 비행기 불빛조차 보이지 않는다. 아울러서 어째서인진 모르지만 이곳은 숲 속이긴 하지만 바람조차 불지 않는다. 그 때문인지 들어올 때 부터 느낀 기묘한 느낌이 더 강해지는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저... 뭐해? 너희들." 잠깐 하늘을 본 사이. 다시 시점을 둘이 있는 앞으로 돌리자, 굉장히 이상한 장면이 목격됐다. 하나는 태형이가 페트병 두개를 양손에 쥐고 휘두를 자세를 취하고 있던 것. 또 다른 하나는 그 맞은편에서 어디서 가져온지 모를 접착제로 양 입구를 붙인,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페트병 창'을 들고 당당히 대치하고 있는 선영이다. ...애들이냐? 중 3이라고? 우리들. 선영이는 들고 있던 '페트병 창'을 든채로 손을 붕붕 흔들며 당황한 표정을 지은체 "아니, 저, 그러니까, 이건. 음, 그래! 재활용이야 재활용!" "오호라, 재활용인데 그 옆에 똑똑히 보이는 '초강력. 절대 않떨어지지롱 접착제~Z!"를 사용하셨나? 그건 또 어디서 난거야?" "선영아, 그냥 솔직히 말하자. 페트병 들고 있다 보니 흥 돋아서 놀고 있었다고. 괜찮아, 난 네가 '오냐 맞서주마 태형공자!'라며 달려들어도 널 신부로 받아줄 의향이 있다고." "한 태형! 너, 니가 놀자고 해놓고! 자세까지 잡아줘 놓고는?!" "어허, 난 그저 내가 하는 게임의 캐릭터의 자세를 취한 것뿐이야. 그래, 굳이 말하자면 난 검이고 넌 창이랄까."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아아, 1년 전에 돌아가신 우리 45세에 결혼하신 할아버님. 보이십니까? 젊은 남녀가 몸을 뒤엉켜가며 싸우고 있습니다. 저 어찌 연인의 모습이 아니하겠습니까. 아 젠장, 부럽기 그지없네. '그냥 사귀지 그러냐 니들.' 아 젠장, 진짜 부러워서 죽겠네. 보고 있기 뭐하니 적당히 중제를 가하자. "자, 부부싸움 중지. 적당히 하고 내 말이나 들어." {누가 부부야!} ...이것들 봐라? 이젠 타이밍 까지 맞춰서 반박을 하기 시작해? 선영이는 들고 있던 페트병을 휘두르기 시작했고 바로 옆에 있던 태형이는 들고 있던 페트병으로 그걸 가볍게 받아치고있다. 네, 감사합니다. 아무리봐도 저건 부부싸움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나는 항창 물이 오른 태형이에게 내 왼편에 있던 빈 페트병을 하나 들어서 꽤 강하게 던져 머리를 맞춰 조용히 시키고는 하려 했던 이야기를 마저 했다. "장난 그만치고. 저 남은 촛불.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냐니?" "너도 알고 있을 텐데? '햐쿠모노가타리'라는거, 조사했을 거 아냐." '햐쿠모노가타리'. 그건 일본의 전설 중 하나로 촛불 100개를 킨뒤 괴담을 말하며 하나씩 꺼 나가면 마지막 1개를 끄는 순간 새까매진 방에서 괴물이 나타난다는 내용의 전설이다. 또 다른 예기로는, "마지막 촛불을 귀신이 나타나서 꺼준다는 예기도 있잖아?" "그래. 그래서 일부러 귀신이 살고 있다고 유명한 '44번 유적지'로 온 거고." "어머, 계산한 행동이었어? 대단도 해라." "아하하, 그러면서 머리 쓰다듬지 마. 갑자기 태도가 바뀌어서 더 무섭다고." 태형은 그렇게 말한 뒤 왼손에 들고 있던 페트병을 가볍게 휘둘러 선영이의 머리를 때렸다. 순간 무언가를 강하게 휘두를 때 들리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통'하고 소리가 난 것을 봐서는 그렇게 쌔게 때리진 않은 것 같다. 무엇보다 당사자가 별로 않아픈듯 하고. 그 뒤 태형은 손에 들고 있던 남은 초코바를 한 입에 삼킨 뒤 "그럼 이거 네가 끝내." 무책임한 발언을 내뱉었다. "뭐? 내가 왜." "그야 말한 빈도로 따지면 내가 55. 선영이가 40이니까. 넌 고작 4개 밖에 않껐잖아? 나랑 선영이는 이제 소재 바닥. 요는 소재의 보충이 필요한 시점이지." "소설가 같이 말하시는데?" "그럼 언어력을 다 사용했다고 하지 뭐." "이번엔 마법이야?" "쿨타임이 1분인 마법이지. 대신 사용횟수가 굉장히 커." 태형은 그렇게 말하며 '마법사의 포즈!'라며 페트병을 든 체로 양손을 크게 벌렸다. '저 표정은 진심이군.' 아무래도 벗어날 수 는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곤란한데...' 정말 아쉽게도 나에겐 저 둘처럼 일상이 개그로 넘쳐있진 않다. 태형이 녀석 같은 경우는 친척들이 만화에 나올 정도로 개성 넘치는 사람들뿐이라 가만히 있어도 신기하거나 괴상한 일을 겪는다.. 선영이는 항상 머피와 샐리의 법칙이 잡고 있는 아이 같아서 매일이 소설의 일부다. 적어도 내가 말한 4개의 이야기도 조차 저 둘과 크게 관련된 이야기였다. 그에 비해 나는 평범한 편으로, 물론 그런 사람들과 친구인데다가 학교도 굉장히 특이하지만 비교하자면 평범한 꿀과 로열 젤리 급이다. 거기다가 난 기억력도 나쁜 편이라서 설사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도 분명 까먹었을 것이 틀림없다. 결론 났네. "리퀘스트." "리퀘스트?" "그래. 알다시피 기억력이 없으니까 즉석으로 지어낸 거라도 말할게. 원래 괴담이라는 건 지어낸 이야기가 일반적이잖아?" "그렇긴 한데, 나랑 선영이는 경험한 이야기를 말했는데? 공정성이 없다고 생각되는데?" "괜찮지 않을까? 난 재밌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오, 선영. 나이스 어시스트! "거기다가 기억력이 닭 보다 낮진 않으니까 잘만 하면 재밌는 이야길 생각해 내줄지도 몰라. 원래부터 책을 많이 읽는 편이잖아." ...어? "방금 아무렇지도 않게 날 닭의 지능과 비교한 거 같은데, 잘못들었나?" "응? 무슨 소리야?" 선영은 그렇게 말하고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실로 '상큼하게'라는 수식어가 붙어도 좋을 법한 미소를 지었다. 음, 확실하다. 저건 무의식이다. 여전히 아무 생각 없이 독한 말을 쉽게 내뱉는다. 과연 이선영. 무서운 아이 같으니라고. "음 그래, 확실히 나쁘진 않을 거 같네. 아무리 기억력이 나쁘다고 해도 닭 보다 않좋겠어?" "그치? 분명 우리가 예기한 것 보다 재미있고 신기한 괴기담을 들려줄 거야!" "니들, 나 골 리냐?" {그럴 리가.} 그렇게 타이밍 딱 맞춰서 동시에 말하면 퍽이나 믿겠다. 거기다가 태형은 '뭘로 할까나'라며 즐거운 듯이 웃고 있고 선영이는 박수까지 치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며 악의 없는 미소를 날리고 있다. 아무리 봐도 놀림거리로 생각되고 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훌륭한 풍경이다. 길거리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억지로 묘기를 부려야 하는 개의 심정이랄까. 참 착잡한 기분이 든다. 물론, 내 과한 착각이겠지만. "흠, 그래. 그걸로 하자. 잠깐 기다려봐. 분명 여기 어디에..." 태형은 마치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딱'하고 경쾌한 소리를 내더니 뒤쪽에 있는 자신의 가방들 중 양초를 꺼냈었던 굉장히 큰 검은색 가방 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약간, 아니 꽤나 상관없지만 저 가방에 하얀 글씨로 크게 적힌 '방유가방'이라는 건 기름대책방비가 돼 있는 가방이라는 걸까. 얼핏 보니 선영이도 굉장히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개인적으로는 가방에 식용유라도 뿌려보고 싶을 정도다. "아, 찾았다. 이거야 이거" 잠시 후, 뭔가가 서로 부딪히는 소리들에 속에서 겉표지가 굉장히 깨끗한 책이 나왔다. 아직 뭐가 들어있는건가? 심히 궁금해진다. 위쪽은 연하늘색이지만 아래쪽은 하얀색이라 마치 저녁노을이 진 뒤를 생각나게 하는 책표지는 중앙으로부터 조금 위에 옅은 달이 떠 있었다. 책 제목은, "'낮달 이야기'?" "아, 나 이거 알아. 한창 화제의 집중을 받고 있는 책이지? 작가 이름이 아마..." "장 막시밀리안. 다른 이름은 '장태수'. 제외 교포로 현재 할아버지의 모국인 한국을 방문 중 인 수필처럼 소설을 쓰는 작가지. 얼마 전엔 극한의 사실주의적 소설이라고 호평을 넘치게 받은 신작 '낮달이야기'를 내놓았는데 얼마나 대단한지 궁금해서 한번 사서 읽어봤는데 엄청 재밌더라고. 그래서 책엔 전혀 관심 없는 나도 즐겁게 읽고 있지." "그래서? 그걸 소재로 하겠다는 거야?" "정확히는 제목이지 제목." 태형은 그렇게 말하고는 '이거 말이야 이거'라며 책 표지에 약간 은빛이 도는 글자로 쓰인 제목 중 '낮달'이라고 써진 부분에만 손가락으로 밑줄을 그었다. "낮달로 정하는 거네. 응. 재밌어보여." "그치? 저 녀석이라면 뭔가 재밌는 예길 해줄 거 같다니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재밌는 예길 많이 알고 있으니까." 도대체 그 척도가 어디 있는지가 매우 궁금하다. 분명 나보단 저 녀석들이 그 수치가 높을꺼라 단언할 수 있다. 그건 그렇고, 낮달이라... '몇 개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긴 한데...' 하지만 떠오르기만 할 뿐이지 하나같이 도중까지 밖에 모르는 이야기들뿐이다. 애당초 '낮달'이라는 소재가 주체인 괴담이 그렇게 많던가? 지금 당장 생각해보라고 한다면 기껏해야 늑대인간이 전부인데. '...응?' 뭐지? 왠지 모를 기대감 넘치는 시선이 느껴지는데? "...니들, 그만 쳐다봐." 생각을 하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는 동안, 태형이와 선영이는 아주 '지긋한'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그것도 마치 먹이을 보고 기다리고 있는 동물의 눈빛으로. "뭔가 재밌는 생각은 떠올랐니?" "전혀. 그렇게 부담감 넘치는 눈으로 쳐다보면 않할 긴장도 하게 된다고." "쳇, 나약한 놈. 그런 거에 긴장 타냐?" "시끄러워, 근육머신." 누구나 니 녀석처럼 머리에 '긴장'이라는 신호가 없는 줄 아냐. "뭐, 솔직히 니 이야기에만 관심이 있는 건 아니야."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라며 운을 뗀 태형은 양손을 깍지를 낀체 머리 뒤를 받친 뒤 "이야기가 끝나면 귀신이 나온다잖아? 미신이긴 하겠지만 여긴 그 유명한 귀신들의 장소 '제 44번 유적지'. 정말로 귀신이 나와줄 지 누가 알아? 아울러 현재 시각은 11시 40분. 니가 이야기만 길게 해준다면 심야0시라고? 새까매진 숲 속에 귀신이 나온다는 의식에 심야에 유령이 출몰하는 걸로 유명한 유적지! 그야말로 소문의 파티잖아? 혹시나의 예기지만 정말로 유령이 나와 줄 수도 있는 거고. 난 그게 더 관심 있는데?" 과연, 일리가 있는 말이다. 여기는 귀신이 많이 살고 있다고 유명한 유적지다. 그런 장소에서 귀신이 나타나준다는 전설을 실제로 해보면 어떻게 될까? 확실히 흥미가 생길만한 주제다. '응? 잠깐만 있어봐. 소문의 파티?' 방금 뭔가 떠오른 거 같은데? 그러니까... '낮달... 소문... 아.' 순간 연하늘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던 꼬마가 생각났다. '분명, 초등학생 때...' ...있다. 기괴한 이야기. "생각났어. 신기한 괴기담." "오오!" "그래? 혹시 무서운 예기야?" "아니, 그냥..."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앉은 자세를 고치며 "내가 실제로 겪은, 낮달이 떠있던 밤의 예기야." 2 확실하게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나에게도 괴기한 일이 하나 있었다. 아니, 그건 괴기하다기보단 나 자신으로썬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 이였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있었던 일로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의 난 옅은 낮달이 떠 있는 막 해가 진 뒤의 하늘을 좋아하는 꼬마였다. 그 때문에 그 날도 학교가 끝난 뒤 근처 놀이터에서 서성거리다 석양이 진 뒤의 하늘이 잘 보이는 산 속에 있는 공터로 갔었다. '평야'라고 불렸던 그곳은 지금은 '제 17번 유적지'라고 불리는 곳으로 건물의 흔적도 없이 그저 '터'만 있는 언덕으로 마치 평원과 같다하여 '평야'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그곳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바닥에 들이 누우면 오직 밤하늘 풍경만이 깨끗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거기다가 그곳은 공장지역과는 거리가 먼데다가 근체에 차도도 없는 지역이기 때문에 도시 외곽 지역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별이 잘 보인다. 좀 과장됐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날씨가 정말 맑은 날에는 은하수 비슷한 것도 보인다. 다만 가는 길이 복잡하고 위험했기 때문에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적었고 그곳 말고도 하늘이 잘 보이는 장소는 얼마든지 더 있는 데다 그때엔 유적지로서의 가치도 적다고 판단되던 때라 그곳에 가면 항상 나 뿐이었다. 굳이 그런 외진 장소에 혼자 갔었던 이유는 그저 하나, 낮달이 잘 보여서 였다. 그래서 여름방학 중이였던 그날도 달을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그 평원에 갔었다. 하지만, 그날은 손님이 찾아왔었다. 아니, 정확히는 손님이 '나타났다'. 뜬금없는 예기지만, 질문을 하나 하겠다. '낮달'이 정확히 언제 뜨는지 아는가? 그래. 낮이다. 하지만 정확한 대답은 '해가 지기전'이다. 아주 가끔, 낮에 하늘을 보면 어렴풋하게 달이 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로 이것이 '낮달'이다. 보고 있자면 신비한 느낌과 함께 미묘한 감동까지 느낄 수 있다. …나만 그러려나? 뭐, 감동을 받는다는 예기는 제쳐두고, 이 낮달이라는 말은 몇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2가지로 하나는 '존재감이 없다.' 또 하나는 '존재하진 않지만 볼 수 있다'다. 어렸을 때의 나는 이것이 낮달이 지닌 '마력'이라고 생각했다. '달엔 사람을 미치게 하는 마력이 있다'라는 말은 꽤 유명하기 때문에 다들 알고 있을꺼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의 나는 그 말을 듣고는 '그럼 낮달도 '달'이니까 그런 게 있으려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나의 궁금증을 '확증'으로 바꿔준 소문이 하나 나돌았다. '낮달이 뜨면 믿는 게 이루어진다.'라는 소문이였다. 어렸을때의 나는 지금과는 달리 굉장히 순진해서 무작정 그 소문을 단정했다. '낮달에는 '달'과는 다른 마력이 있다!'라고. 그렇게 믿게 되고 나서 1주일 뒤. 방금 말했듯이 나는 '평야'로 갔다. 그리고 여느 때와 같이 어째서인지 낮달이 잘 보이는 그 장소에 누워 있다가... [우와아앗-!] 하늘에서 비명을 지르면서 떨어지는 여자애와 그 어깨에 매달려 같이 비명을 지르는 강아지, 그리고 나무 막대기 하나를 보게 된다. 좀 다르긴 하지만, 틀림없는 마녀 세트였다. 2-1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아니, 현재진행형으로 의심중이다. 그것도 아주 진지하게. '내가 미친 건가'라고. '으응, 그건 아닐 거야. 응. 백퍼센트' 약간 일관성이 없지만 내가 미쳤다면 나보다 조금 별난 내 친구들은 뭐가 되는가. 응. 그러니까 나는 미치지 않았다. 전혀 설득력 없는 자기 합리화 같지만. 그럼 환영인건가? 아니, 그것도 아니다. 환영이라면 지금 내 왼쪽에 생겨난 길과 흙먼지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 역시 낮달 때문이려나. 이곳 '평야'는 낮달이 뜬 날에는 사람이 떨어진다는 소문이... '있을 리가 있냐!' 진정하자 진정. 우선은 심호흡, 심호흡이다. 나는 크게 숨을 들이 마쉬며 배를 부풀린 뒤 다시 한 번 크게 내쉬며 배의 크기를 줄였다. 이건 책에서 본 '복식호흡'이라는 것으로 건강에 좋으며 침착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두어 번 정도 더 하자 약간 진정이 된 나는 다시 한 번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분명 요전번에 읽은 책에선 괴상한 일이 일어나면 제일 처음부터 되돌려 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러니까...' 오늘 아침에 먹을 것을 가지고 이곳에 온 게 아침 8시. 그리고 이곳에 도착한 뒤 30분 정도 멍하니 누워서 하늘에 있는 달을 보다가, 바로 지금. 낮달을 뒷배경으로 '여자애와 강아지로 보이는 무언가'가 떨어졌다. 그 물체들은 땅바닥을 '긁으면서' 앞으로 쭉 나아가더니 이곳에 있는 유일한, 굉장히 큰 나무에 부딪혔다. 놀란 나는 흙 먼지사이를 헤집고 무작정 달려갔지만 우선 침착하자며 멈춰선 뒤 생각, 지금 상황이다. 음, 상황정리 끝. 무언가 빼놓거나 이상한 점은 없다. '떨어진 것만'빼면. 자, 그럼 어쩐다. 경찰을 불러야 할 상황이고 핸드폰도 있건만 이곳은 권외권이다. 잘은 모르지만 이 산 전체가 권외지역이라고 한다. 사람을 부르려고 해도 이곳은 여전히, 아니 평소 때와 같이 나 밖에 없다. 장담할 수 있는 이유는 이곳엔 잡초 밖에 없는데다가 굉장히 광월(?)해서 단 한그루의 나무 이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째서인 진 모르지만 그럼 결론은 물어볼 여지도 없이 내가 가봐야 한다는 예기가 된다. 전에 책에서 이런 걸 말하는 말을 본적이 있는데, 그러니까, ...신원조사? '아무렴 어때.' 어째 뜬 내가 봐야 하는 건 확실하다. 시체가 있을 지 아니면 굉장히 작은 UFO가 떨어져 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유성이 떨어져 있을지... 는 아니구나. 그럼 이정도로는 끝나지 않았겠지. 음... 내가 생각하기엔 아무래도 나는 어지간히도 가보기가 싫은 듯하다. 이렇게 잡생각을 하고 있는걸 보면 말이다. '정신 차리자 정신.' 나는 양손바닥으로 가볍게 뺨을 친 뒤 등 뒤에 맨 가방을 고쳐 맨 뒤 천천히 나무쪽으로 다가갔다. 대충 어림잡으면 나무로 가는 길의 중반정도에서 멈췄던 탓에 금방 나무쪽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나무는 고목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나뭇잎은 다 떨어져서 나뭇가지만 앙상하게 들어나 있는, 계절에 맞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여름인데 왜 저 나무만 가을 분위기일까. 지금 생각해보니 굉장히 신기한데. 그 나무의 바로 앞으로 생긴 길이 쭉 이어져 있는데 그 끝엔 이상하게도 구덩이가 생겨있었다. ...구덩이가 이렇게 생기던가? 아래나 대각선으로 떨어져야 생기는 거 아니었어? 이런 저런 생각이 들지만 무시하도록 하자. 구덩이 안에선 아직도 흙먼지들이 날리고 있어서 잘 보이진 않지만 대충 보이는 형태로는 사람이 맞는 듯 해 보였다. 나는 약간의 호기심과 두려움을 가진 체 천천히, 구덩이의 주변을 돌아다녔다. '사람이 아니라면 역시 외계인이려나.' 그렇게 생각한 순간 구덩이 속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려왔다. 약간 가는 목소리긴 했지만 확실하게 들린 그 소리는 개가 짖는 소리였다. 그럼 아무래도, 역시 내가 본 건 환영이 아니었다는 거다. 동체시력에 놀라야 할 부근인가 아니면 동물과 사람이 떨어졌다는 것에 놀라야 할 부분인가. 약간 착잡한 기분을 가진 체 구덩이 안으로 들어가자 구덩이에는, [월! 월월!] "으응..." 고양이를 닮은 검은색 강아지 한마리가 기절한 듯해 보이는 여자애를 향해서 필사적으로 짖고 있는 모습이었다. 음... 그러니까, 이런 때에 쓰는 말은 확실하게 알고 있다. 인명구조! ...맞나? 조금 뒤, 나는 여자애와 강아지를 업고 올라왔다. 사실 구덩이 안에서 둘을 봤을 때에는 어떻게 올라갈까하는 고민부터 들었지만 구덩이엔 여자애 것으로 보이는 막대기가 있었기 때문에 사양하지 않고 지팡이로 써서 등에 매고 있던 가방을 벗어 던지고는 여자애를 업은 체 어떻게든 올라왔다. 혼자라면 쉽게 올라갈만한 높이였지만 사람 한명과 동물 한마리가 동반되면 예기가 달라진다. 다행히도 강아지는 꽤나 협조적으로 순순히 내 어깨에 매달려주었다. 근데 매달리는 폼이 한두 번 매달린 폼이 아닌데… "읏...차! 후... 힘들다." [월!] "아, 그래그래. 착하지 착해. 근데 너 정말 특이하게 생겼구나?" 다시 봐도 정말 고양이를 닮았다. 개랑 사자를 교배시킨 종은 알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고양이랑 닮은 개는 처음 본다. 무엇보다, 꼬리가 굉장히 길고 개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몸선이 고양이처럼 가늘다. 무슨 종이지 대체? "응, 아 요 녀석, 핥지 마. 간지럽다구. 그러니까... 검둥아!" 일단 별칭으로 '검둥이'라고 지은 개는 마치 놀아달라는 듯이 계속 달려들었다. 나는 검둥이를 잡아서 여자애 옆에다가 둔 뒤 막대기를 써서 뒤에 있는 구덩이에 있던 가방을 꺼냈다. 들어가서 꺼내도 되긴 하지만, 더 이상 옷을 더럽혔다간 엄마한테 변명하기가 힘들다. 가방을 열고 안에 든 간식이나 도시락을 확인해보자 다행히 넘치거나 터진 것은 없었다. 다시 가방을 닫고 그대로 손에 든 채로 여자애 옆으로 가서 털썩 소리를 내며 주저앉자 검둥이는 가방이 궁금한 듯 내 손 쪽으로 다가왔다. [~?] "아, 이거? 먹을 거 들은 가방이야. 뭐라도 줄까?" [월월!] "좋아. 그럼 어디..." 분명 오늘 아침 가방에 엄마가 만들어준 주먹밥을 넣었었다. 나는 가방에서 주먹밥을 꺼낸 뒤 덮힌 호일을 벗겨서 밥 부분만 떼어내서 검둥이 앞에다가 던져 주었다. 밥 주변에 묻은 김가루에 소금이 묻어있긴 하지만 극소량이니까 아마 괜찮을 꺼다. 검둥이는 밥에 다가서는 무엇인지 확인하려는 듯이 냄새를 맡더니 이내 덥석 입안에 집어넣더니 맛있다는 듯이 쩝쩝하고 소리까지 내며 씹어 먹기 시작했다. 표정까지 맛있다고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착각일까. "그건 그렇고, 네 주인은 깨어날 생각을 안하네." [끼잉~] "그래~. 곧 깨어날 거야. 괜한 걸 물어서 미안해. 나도 같이 있어 줄 테니까. 주먹밥, 더 먹을래?" [월!] 검둥이는 기쁘다는 듯이 꼬리를 신나게 흔들며 한번 크게 짖더니 내가 던져준 밥을 입에 삼켜놓고는 턱을 천천히 움직이며 여자애의 반대쪽 옆으로 가서 배를 깔고는 잠을 자기 시작했다. '태평한 녀석일세.' 여자애는 신기하게도 다친 곳은 없었고 옷도 찢어지지 않은 채 그저 얼굴을 찌푸리며 누워있을 뿐이었다. 반팔 와이셔츠에 검은 넥타이, 체크치마라고 하는 잘 찢어질 것 같은 옷들만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찢어진 부분은커녕 헤진 곳도 없다는 건 아무리 봐도 이상하며 신기한 모습이다. '정말 외계인이라도 되는 건가?' 평소에 외계인을 보고 싶단 생각을 하지 않지만 그래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니 낮달 때문에 이루어진 것 일수도 있겠다. '무엇보다도, 오늘은 보름달이고.' 보름달인 낮달은 굉장히 드물게 보이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소문이 이루어진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늘 일어난 모든 일이 낮달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되기 시작한다. 이건 이것대로 납득하면 안 된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뭐, 상관없나' 근육머신 녀석이 차에 치여도 멀쩡했던 걸 눈앞에서 본 뒤로는 웬만한 건 그냥 넘어갈 수 있게 됐으니까. 그러니까 결론은, '외계인인걸 확인하려면 여기 있어야 한다는 거지.' 검둥이와의 약속도 있고, 먹을 것도 있으니 깨어날 때 까지 기다리도록 하자. 잠시 뒤. "으햐앗-!" 누워있던 여자애는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말 그대로 '벌떡'일어섰다. 그러더니 여기가 어디인지 확인하려는 듯이 주변을 돌아보더니, "아, 안녕!" 이쪽을 향해서 인사했다. 어, 그러니까, 이럴 때는... "안녕...?" "응. 근데 여긴 어디야?" 엄청 당돌한 애네. 이상하게도 친밀감이 느껴진다. "17번 유적지라는 곳인데, 혹시 알아?" "아, 17번. '평야'구나. 그럼 조금 머네..." 여자애는 큰일이라고 하며 선 채로 '생각하는 사람'처럼 자세를 취했다. 아니, 난 왜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하고 있는 거야?! [월!] 순간 여자애 옆에 누워 잠을 자고 있던 검둥이가 여자애를 향해서 꽤 큰소리로 지었다. 여자애는 그제야 눈치 챈 듯 검둥이를 들더니 "무사했구나. 검둥아~ 응, 착하지 착해~" "진짜 검둥이였어?!" "응. 검은색이니까 검둥이." [멍!] "...그래." 엄청 대충 지었다는 느낌이 드는데. 아니, 나도 이런 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혹시 내가 '검둥이'라고 불러서 잘 따르는 건가? "저기, 혹시 '영시마을'이라는 곳 알아?" "영시마을?" 영시마을이라면 우리 동네 주변의 이름이다. 지금은 '영안시'라고 불리긴 하지만 그 이름은 1주일 전부터서야 불리기 시작한 이름이다. 뭐라더라, 통일성을 가지기 위해서라고 했던가? "거긴 우리 동네 근처야. 근데 왜?" "잘됐다! 혹시 괜찮으면 안내해주지 않을래?" "안내? 누굴 찾아온 거야?" 여자애는 잠깐 고민하듯이 눈을 감더니 이내 다시 뜨고는 "안내라기 보단 '시찰'이라는 말이 정확할 거 같네." "시찰?" "응. 좀 높으신 분들한테서 받은 시험 비슷한 거야." 시험? 높으신 분들? 무슨 소리래. 아까부터 이해가 안 되는 말들만 나오고 있다. 나이는 나랑 비슷해 보이는데? 키도 비슷하고. "저기, 하나 물어봐도 될까?" "응? 뭔데?" "몇 살이야? 나랑 비슷해 보이는데." "여기 나이로 환산하면... 13살 쯤 되려나. 너는?" "나도 13살. 똑같네." "그럼 친구네! 자, 악수! 친구끼리는 악수부터래." 여자애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손을 잡더니 '격하게'흔들기 시작했다. 지금 와서의 예기지만, 난 이때 가져선 안 될 궁금증을 가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건, 지금 생각 난거지만 조금 트라우마로 여겨지고 있다. "저기, 아까 '환산'이라고 했는데, 그럼 진짜 나이는?" "...읏." 순간 여자애는 당황한 듯 한 얼굴을 짓더니 점점 얼굴이 빨개져서는... "으앙!!!" "어, 어엇?! 저기! 왜 갑자기 우는 거야?!" [월!월월!] "아, 아니 검둥아, 이건, 그러니까!!! 우왓! 달려들지마, 물려 물린다고!!!" "...지금 생각난 거지만, 굉장히 큰 충격이었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져서 외계인이라고 생각했던 애가 갑자기 펑펑 울어대잖아." "그럼 뭐야, 평소에 밥맛없게 구는 건 그 때문이야?" "한태형. 그런 건 밥맛 없는 게 아니라 여성에 대한 예의라고 하는 거야. 나이를 말하는 걸 꺼려하는 사람도 있다구" "어째서? 말해도 별로 손해가 될 건 없잖아." "당연히 늙어보이니까지. 25살인데 꼬마애가 '아저씨!'라는 소리를 들으면 씁쓸한 거하고 동등한 거지. 태형이 너도 친척누나한테 가서 '아줌마!'라고 해봐. 그러면 분명 화내실걸." "이미 그래봤는데 아무런 말도 안하던데? 맨날 그렇게 부르고 있고" "그럼 그건 이미 포기한 거네. 아무튼, 그럼 그 일 때문에 웬만해선 나이같은걸 물어보지 않는 거야?" "뭐, 지금까지 기억하지 못했으니까 큰 영향은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영향이 없었던 건 아니겠지." 사실 내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신상정보 같은걸 물어보지 않는 이유는 내 친누나의 영향도 있다. 일본 문화 쪽을 공부하고 있는 누나는 뭐랄까, 굉장히 개방적인 사람이라 자신에게 좋다고 생각되는 각 나라의 좋은 점들을 실천하고 다니는 사람으로, 나보다 4살 많은 누나는 현재 대학에서 각 나라의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이다. 워낙 가르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어렸을 때의 나는 누나에게 여러 가지를 주입[?]당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신상정보를 묻지 않는다.'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누나에게 '신상정보는 쉽게 물어보는 게아니란다'라는 말을 듣고 '왜 그래야하는데?'라고 물어봤다가 누나에게 20분 동안 간질여졌던가...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트라우마다. ...생각보다 나 트라우마 많은 거 아냐? "그래서? 그 애는 어떻게 달랬어?" "그러니까 말이지..." "으하아앙!" "저기 그러니까, 미안, 내가 뭘 잘 잘못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만 울어..." 으... 어쩐다. 아무래봐도 쉽게 달래지는 못할 것 같다. 검둥이는 검둥이대로 물어뜯을 기세로 경계하고 있고. ...아, 그래! 누나한테 들은 게 있다. 울고 싶어질 땐 단 것을 먹으면 된다고 한다. 뭐라더라? 정신적...진정? 아니 아무튼, 지금은 그런 게 문제가 아니다. 분명 가방 어딘가에 초콜릿이... 있다! "저기, 이거 먹을래?" "흐아앙! ...훌쩍, 뭐야?" 됐다. 우선은 관심 끌기 성공. 다음은, "초콜릿이라고 하는 건데. 꽤 맛있어. 나눠먹자." 나는 초콜릿의 껍질을 벗긴 체 반으로 나눈 다음 크게 나누어진 부분을 여자애의 손에 쥐어주었다. 검둥이도 약간 경계심이 풀린 듯이 초콜릿에 관심을 가진 것처럼 초콜릿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개에게 초콜릿은 금지다. 하물며 아직 어린 강아지에겐 더욱 더. 나는 우선 '검둥이에겐 금지.'라는 말을 해두었다. 여자애는 손에 있는 초콜릿을 보더니 손으로 작게 부숴 입에 가져다 넣었다. "...달다. 맛있어 이거!" "맘에 들어서 다행이다." 여자애는 연발해서 맛있다며 손에 남아있는 조각을 입으로 집어넣었다. 뭔가 음식으로 사람을 낚은 듯 한 기분이 들지만, 일단은 우는 걸 멈췄으니 그걸 자기 위안 삼도록 하자. 남은 초콜릿 조각을 다 먹은 여자애는 아쉬움이 남는지 손에 묻은 녹은 초콜릿을 핥아 먹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외계문명엔 '초콜릿'이라는 게 없는 모양이다. 손에 있는 것 마저 다 핥아 먹은 뒤, 여자애는 치마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천조각?" "넝마, 라고도 해. 못 입는 옷을 잘라서 만든 거야." 이 무슨 재활용의 발상. 여자애는 천조각으로 손에 묻은 침을 닦고는 잘 접어서 다시 치마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저기, 혹시 내 주변에 막대기 없었니?" "막대기?" "응. 나무 봉처럼 생긴, 우리키보다 약간 긴 거." 여자애는 그렇게 말한 뒤 양 손으로 '이 정도는 더 커'라면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아, 혹시 이거 말하는 거야?" 나는 옆에 두었던 나무 막대기를 쥐어 들었다. 확실히 나랑 저 아이의 키보다 큰 편이다. 여자애는 다행이라며 숨을 크게 내쉬고는 막대기를 집어 들었다. "이게 없으면 못 돌아가거든." 혹시 비행용 나무 막대기인가? "역시 너 외계인이지." 내 말을 들은 여자애는 약간 놀란 듯한 표정을 짓더니 "외계인이라... 외계인이긴 하지." "그래..." 역시 외계인인가. 음, 하늘에서 떨어져서 멀쩡한데 평범한 인간이라면 말이 안 된다. 과연 낮달. 무시무시한 마력이다. 설마 정말로 외계인을 불러낼 줄이야. 여자애는 옷에 묻는 흙먼지를 털어내고는 검둥이를 어깨에 올렸다. 보통 개라면 미끄러질테지만 검둥이는 마치 인형처럼 어깨에 딱 붙어서는 '멍!'하고 한번 짖기까지 했다. 왠지 어깨에 잘 매달린다 했는데 평소에 저렇게 다니기 때문인가. 납득이 가기 시작한다. "그럼 미안한데 '영시 마을'까지 안내해줄래?" "그전에 하나만. '시찰'이라는 건 뭘 말하는 거야? 역시 탐색?" "탐색이라... 비슷하긴 해." 역시 그런가, 지구를 탐색하기 위해서 온 건가. 응. 그게 틀림없다. 그럼 어쩌다가 보니까 우리 동네 주변이 선택된 건가. 하긴, 우리 동네 주변은 유적지같은게 많으니까. 그러고 보니 TV에서 우리 동네에 있는 유적지는 외계인이 만든 게 아닌가? 라는 내용으로 방송된 적이 있었다. 그렇구나, 점검이구나! 응. 그게 틀림없다. 외계문명이란 대단해! 무심코 외계인 신봉자가 될꺼같다! 나중의 일이지만, 유적지와 외계인은 '아무런 관계도 없다'라는게 밝혀졌고 내 생각은 어린 날의 치기로 기억됐다. 아, 그땐 참 재밌는 상상을 했었는데. 갑자기 왜 4학년 때 외계인에 급격하게 관심을 가졌는지가 알게 되서 착찹하기도하고 기쁘기도 하다. 조금 지나지 않아 나와 여자애, 그리고 검둥이는 '평야'를 벗어나 우리 마을 주변으로 나가는 산길을 걷기 시작했다. '평야'는 우리 마을 뒷산에 있는 유적지로 현재 다른 유적지들에 비해서 인기가 상당히 적다. 그래서 여기선 '무조건'낮달이 보인다는 건 거의, 아니 아무도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형이라던가 선영이도 모르는, 어찌 보면 나만의 비밀공간이다. 가끔 사람들이 오긴 해도 보이는 건 굉장히 넒은 잡초밭 밖엔 보이지 않는 언덕에서 그리 오래 있을 이유가 없다. 나야 뭐, 누나에게서 도망치다가 산을 헤매다가 발견한 장소이긴 하지만. "저기, 또 질문해도 될까?" "응. 길을 안내 받는 입장인걸. 대답할 수 있는 건 말해줄게." "'탐색'이라는 건 뭘 말하는 거야? 말 그대로 탐색?" "음..." 순간 풀을 밞는 소리가 멈췄기 때문에 옆을 바라보자 여자애는 나무 막대기를 바닥에 꽂은 채 팔짱을 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검둥이를 바라보며 "검둥아. 어떻게 할까? 말해줘도 되려나?" "...검둥이한테 물어보는 거야?" "이래보여도 파트너니까. 여기선 못해도 돌아가면 말할 수 있는걸." "말할 줄 아는 거야?!" 검둥이는 내 말을 듣고는 날 바라보며 마치 무시하지 말라는 듯한 얼굴로 한 번 작게 짖었다. 그러고선 다시 여자애를 지긋이 바라보기 시작했다. 마치 서로 텔레파시를 하고 있는 듯 한 그 광경은 무심코 멍하게 바라보게 되는 이상한 모습이었다. 이내 여자애는 '알겠어.'라며 말한 뒤 "일단은 계속 가자. 가면서 말해줄게." "알았어. 아, 거기 가파르니까 조심하고." 여자애는 내 말을 듣고는 꽂아 둔 지팡이를 다시 집어서 그걸로 몸을 지탱하며 천천히 걸어왔다. 이어서 다 내려온 뒤, "최근 마을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지 않아?" "이상한 소문?" "응. '뭘 하면 저주를 받는다.'라던가, '어떤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데 잘못 대답하면 죽는다.' 같은 거." "아, 응. 돌아. 꽤 많이." 그런 류의 소문이라면 어딜 가나 있는 이야기다. 학교 7대 불가사의라던가, 인터넷에 떠도는 괴담이라던가. 우리 동네 같은 경우엔 '모퉁이 괴담'이라던가, '낮달이 뜨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라던가, '혼자서 해질녘의 5차로에 가면 저승에 들어선다.'같은, 제일 유명한건 학교 괴담 중 2가지인데 하나는 '시계탑에 오르면 아기의 해골이 있는데 이걸 보면 그 아기의 할머니가 나타나서 머리를 베어버린다'라는 소문과 '해질녘에 놀이터에 가면 그네 타는 유령을 볼 수 있다.'라는 소문이다. "그런 소문을 조사해서 해결하는 게 '탐색'이야." "...소문을 해결해?" "응. 이쪽에서는 그런 걸 해결해야 하는 '직업'이 있거든. 난 그 직업의 견습생. 이번 일을 해결하면 졸업해서 본격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돼." "아하. 근데 왜 하필 영시마을이야?" "옛날부터 유명하니까. 유적지가 많아서 이상한 소문이 많이 일어나거든. 그래서 나 말고도 선배 분들이 자주 찾아오는 장소야. 해결해야 하는 소문의 난이도는 쉽긴 하지만 하루 안에 많은 소문을 해결해야 되는 조건이 있지." "아하하, 뭔가 보상이 있는 의뢰 같네."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래, 너도 같이 도와주지 않을래?" "응? 나?" 여자애는 '그래'라며 박수까지 치며 맞장구를 친 뒤, "사실 시험 시작은 아침 6시인데 보다시피 지금은 9시잖아? 솔직히 지금 마을에 있는 소문을 조사하고 해결을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거든. 그러니까 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안될까?" "나야 괜찮지만... 보통 시험엔 다른 사람이 관여하면 안 되는 거 아냐?" "규칙 중엔 1명의 일반인에겐 도움을 요청해도 된다고 하는 룰도 있으니까 괜찮아. 안될까?" 여자애는 '부탁이야!'라며 양손으로 마주대고는 기도하는 모습을 취했다. '어쩐다.' 마침 오늘은 선영이나 태형이와는 놀 약속이 없다. 그치만 오늘은 마침 보름달모양의 낮달이 떠있으니까 좀 더 보고 싶은데... 그래도 이쪽을 도와주는 것도 꽤 재밌어 보인다. ...좋아. 여기선 누나에게 배운 방법을 써보자. '그러니까... 있다!' 나는 주머니에서 백 원짜리 동전을 꺼냈다. '코인토스'라고 하던가? '도저히 모를 땐 이순신 장군님께 물어봐!'라고 누나가 말했으니 나도 장군님에게 한 번 물어봐야겠다. '동전을 손가락위에 올리고선, 가볍게 튕긴다...!' 순간 동전에선 '팅'하고 맑은 소리가 나며 위쪽으로 팽그르르 하고 돌아가며 날아갔다. 나는 오른쪽 손 등 위에 동전을 오게 한 뒤 왼쪽 손으로 동전을 덮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여자애와 검둥이는 뭘 하는지 궁금하다는 듯이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는데, '이순신 장군님이 나오면 O. 글씨가 나오면 X로.' 사실 운에 기대는 건 그리 좋은 버릇이 아니지만, 이번엔 도저히 모르겠으니까 어쩔 수가 없다. 외계인을 돕는다는 건 확실히 재밌겠지만 그래도 고민 되긴 한다. '그러면, 동전은...?' 천천히 왼손을 들자, 거기에 있는 100원짜리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이순신 장군'이였다. "좋아. 결정 됐네. 도와줄게." "와이~. 근데 방금 뭐한 거야?" "나도 몰라. 우리 누나 말로는 '코인토스'레. 잘 모를 때 동전으로 결정하는 방법이라나 봐." "여긴 그런 것도 있구나..." 여자애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역시 이곳은 놀라워...'라며 검둥이에게 말했다. 검둥이 또한 걷기 때문에 그런 건진 몰라도 고개를 흔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까 초콜릿을 그렇게 맛있게 먹은 것도 그렇고, 의외로 외계문명은 식문화라던가 휴식문화가 우리보다 낮을지도 모르겠다. 조금 뒤, 우리는 산에서 빠져나와 동네 안으로 들어왔다. 우선 우리가 동네에 들어와서 한 행동은 '소문의 조사'가 아닌 동네 가게에 들르는 일이였다. 나는 슈퍼에 들어가서 900원 정도 하는, 꽤 큰 초콜릿을 사서 여자애에게 주었다. 왜 난 먹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그건 그 애가 너무 먹고 싶어 하는 눈초리로 초콜릿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라고 하자. 실제로 지금도, 꽤나 애지중지하며 조금씩 먹고 있기도 하고. "질문이 있는데." "응? 뭔데?" "소문의 해결, 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하는 거야?" 실은 이게 가장 궁금했다. 실제로 소문을 해결한다고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지는 아예 안 알려줬으니까. 여자애는 벗겨낸 초콜릿 포장을 되돌려놓고는 "우선은 소문의 정보를 알아내고, 그걸 소문이 아니게 하면 되는 거야." "...?" "그러니까, 소문의 실체를 알아내는 거지. 그리고 나선 퍼트리면 되는 거야. 정확히는 네가." "내가?!" 여자애는 '그래'라며 운을 땐 뒤, "소문은 누군가가 '퍼트리는'거잖아? 그러니까 소문의 진상을 알아서 '퍼트리면'되는 거야. 그래서 필요한 협력자 '1인'이고." "그런 거였어?" 난 그저 '도우미'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도우미는 맞긴 맞구나. "그럼 시작하자. 우선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어?" "지금 할 수 있는 건... 여기 앞에 있는 모퉁이. 저기 담 넘어로 전봇대가 보이는 곳이야." 소위 '모퉁이 괴담'이라 불리는데 모퉁이를 돌때 무언가와 부딪히면 그 즉시 죽는다고 하는 괴담으로 죽는 사람은 어린애만. 어른이나 중학생, 고등학생 형, 누나들은 죽지 않는다고 하는 편파적인 괴담이다. 이 괴담은 실제로 이 모퉁이에서 누군가가 죽었다는 후일담도 함께 전해진다. 여자애는 내 말을 듣고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그럼 여긴 무조건 못 지나가는 길이야?" "음... 반댓길로 가면 되." 이 모퉁이 뒤편에는 따로 뒷길이 있어서 이 모퉁이를 한해서는 초등학생은 볼 수가 없다. 거짓말이라고 하는 애들도 많긴 하지만, 사실은 모두 다 무서운 거다. 아마 여길 그냥 무시하고 걸어가는 건 나랑 태형이, 그리고 선영이 뿐일 꺼다. "그럼 그 반대편 길로 가서 이쪽 모퉁이로 와줄레?" "어쩌려고?" 그러자 여자애는 빙긋 웃고는, "실험해봐야지!" "이쪽은 준비 다됐어~" 뒷길로 빠져나와 모퉁이의 맞은편으로 간 나는 약간의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짓을 해서 소문이 해결 되긴 하는 건가? "그럼 이제 걸어와줘!" "알았어~" 일단은 해 보자. 나도 궁금하긴 하니까. 이쪽에서 본다면 오른쪽으로 도는 모퉁이로 모퉁이를 도는 벽에는 거의 붙어있다 싶이한 전봇대 하나가 놓여져있다. 거길 기준으로 돌면, 아까 걸어오던 길이 나온다. 나는 천천히 걸어서 오른쪽 전봇대를 옆으로 갔다. 그리고 그 순간. "으앗." "읏." 으... 생각보다 꽤 아픈데? 당연한 거지만 순간적으로 눈을 감아버렸다. 순간 굉장히 큰 소리도 같이 난 것 같은데... 그것보다, 맞은편에 그 애는 괜찮은가? "아앗!!! 괜찮아?!" "아으으... 아프다... 전봇대에 머리를 부딪쳤어." 여자애는 꽤나 강하게 머리를 부딪쳤는지 눈물을 글썽이며 양손으로 이마를 감싼 채 주저 앉아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검둥이는 어깨에 그대로다. 왜 저기에 더 눈이 가는 걸까. 아주 잠깐 동안 이마를 감싸고 있던 여자애는 왼손으로 이마를 문지르며 일어나며 "이게 이 소문의 원인." "뭐라고? 이 전봇대가?" 그럴 리가. 무슨 소문이 전봇대 하나로 그렇게 확대된단 말인가. 여자애는 '응'이라며 말한 뒤 오른손으로 방금 자신이 부딪힌 곳으로 보이는 부분을 오른손으로 쓰다듬으며, "작은 아이들만 죽는다고 돼 있잖아? 아마 소문의 출처는 주의심 많은 어른이겠지. 보다시피 이 전봇대, 방금 그 길에서도 보였지? 아마도 이 소문을 퍼트린 어른의 목적은 '모퉁이를 돌때는 주의를 합시다.'라는 일종의 '교훈'을 주고 싶었던걸꺼야. 아마 원래는 '모퉁이를 돌면 무언가에 부딪히니까 주의.'라는 내용이였겠지. 그게 소문을 퍼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들 귀에 들어가서," "무언가에 부딪히면 죽는다. 라는 괴담으로 바뀌었다고?" "그런 거지. 원래 '구전'이라는 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수록 과장되는게 많아지니까. 그래도 좀 심했다고 생각되는 소문이네." "그럼 왜 중 고등학생은 괜찮다는 게 붙은 거야?" "그건 말이지. 실제로 보면 알 거야." 여자애는 내 손을 잡은 체 방금 자신이 온 길로 데려갔다. ...아, 그런가! "알겠다. 여기선 전봇대가 담에 가려서 안보여." "응. 그거지." 전봇대는 벽에 거의 달라붙어있다 싶이 위치하고 있다. 거기다가 담 안에는 집 주인이 나무를 키운 듯 풀 들 때문에 전봇대가 가려져있다. 그래서 적어도 '초등학생 이하'에게는 나뭇잎 때문에 전봇대가 잘 보이지 않는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라면 이 길가에 전봇대가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주의해서' 모퉁이를 돈다. 하지만 초등학생의 경우는 어떨까? "보나마나 주의 안하고 신나게 돌아다닐 테니 머리를 박겠지." 물론 그러지 않을 애들도 많겠지만, 사실상 벽에 딱 달라붙어있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붙어있는 전봇대를 '기억하면서'가는 초등학생이 얼마나 있을까? 아울러 이 모퉁이는 '왼쪽에서 무언가에 부딪히면 죽는다.'라는 괴담이 유명하다. 뒷길도 있는데 일부러 이쪽으로 향하는 초등학생은 적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문은 확산되어 결국 '아이만 죽는다.'라는 괴담으로 발전한 것이다. "뭐, 이런 식으로 소문을 해결하는 거야. 쉽지?" "음... 요는 추리를 하면 되는 거야?" "바로그거지. '탐정놀이'를 하면 되는 거야. 그럼 다음으로 가자." 그렇게, 희미하지만 하늘에 낮달이 떠있는 아침부터 우리는 소문을 규명하러 나섰다. "다음은 시계탑 꼭대기에 있는 아기의 해골! 인데, 벌써 올라와버렸네." "그러게. 설마 시계탑 뒤쪽에 계단이 있을 줄이야. 너희 학교는 시계가 수동형일지도... 아, 인형 발견. 근데 몸만 있네. 많이 더럽고 말이야." "혹시 이건가? 아기시체. 이거 말고는 아무것도 없잖아." "그럼 할머니 유령은? 목을 가져간다고 했었잖아." [욘석들!!! 얼른 내려가지 못혀! 누가 탑에 오르랬어! 후딱 않내려가믄 할미가 쫒아간다!] "우왓! 엿장수 할머니?! 설마 맞은편이 할머니 가게인가?! 내려가자!" "엇?! 어어?! 팔 잡아당기지 마~! 엿장수 할머니가 누군데 그래!" "우리 동네에서 엿 파는 할머니! 항상 가위를 들고 다니시면서 엿을 들고 파셔! 엿 자체의 맛은 정말 좋은데 가끔 보여주시는 가위 묘기가 실패해서 위험할 때가 있어! 무엇보다 저 할머니, 왠진 몰라도 가위를 던져서 맞추는 건 무지 잘하신다고!" [아따 빨리 않내려가야?! 가위 던져븐다?!] "우와악! 지금 내려가요! 내려가니까 가위는 제발!!!" "아하, 할머니 귀신은 저 분인가. 저기, 우리 내려가서 저 할머니한테 엿 사먹자." "알았으니까 얼른 와!" "슬슬 해질 때 됐네. 아직 달 떠있는거 보면 곧 석양이 지려나." "'5차로에 혼자가면 저승으로 간다.'였나? 그건 어떤 소문이야? 냠." "엿 맛있나보네. 내 용돈은 다 떨어졌지만. 5차로라는 건 뒷산의 앞쪽으로 가는 4개의 길을 말하는 건데 거길 혼자가면 붉은 지옥으로 간다나봐." "그럼 딱 보이네 뭐." "어? 무슨 소리야?" "저기봐, 석양이 산 뒤로 지잖아? 거기다가 여기, 산 주변이라서 약간 습기도 있고. 산의 뒷 풍경하고 석양의 붉은 빛, 그리고 습기 때문에 으스스한 기분이 드는 거지. 실제로 여기, 아까 그 모퉁이 보다 추워." "아, 그러네. 그럼 이것도 과장소문?" "그런 거지. 그리고 저승으로 가는 길은 여기가 아닌걸." "응?"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다음!" "다음은 그네 타는 유령이네. 마침 해질녘이고. 아, 그래도 아직 달은 보인다." "달은 그렇다 치고. 여긴 그림자가 앞으로 비추네?" "응. 잘은 모르겠지만 그림자가 앞으로 비춰. 그래서 놀이기구에... 아. 혹시." "정답. 그림자에 그네가 비추는 거지. 이건 소문이라기 보단 그냥 자연현상 같은데." "그치만 '타는'이랬잖아? 그럼 그네가 흔들린다는 거 아냐? 여기 그네는 무거워서 바람으론 잘 않 흔들릴 텐데?" "산 주변엔 바람이 강하게 부는 곳이 있어. 여긴 5차로 근처잖아? 아마 산에서 부는 바람이 이쪽까지 흔드는 거겠지. 그래서 그네가 조금씩 흔들리는 거야. 아울러 그림자까지 겹치니 귀신처럼 보이는 거지. 아마 놀이터에서 늦게까지 못 놀게 하기 위한 방책일 거야." "...소문이라는 거, 은근히 시시하구나." "진실은 모르는 게 더 좋을 때가 있다. 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지." 우리는 그렇게 밤이 될 때까지 몇 가지 더 소문을 해결했다. 가장 재미있었던 건 '빨간 마스크'소문이다. 그 소문의 진실은 붉은 색을 선호하는 입이 큰 여자가 마스크를 쓰고 다니며 애들을 겁주는 것이었는데 그 아이는 그 여성의 마스크를 나무 막대기로 치워버리고는 '이게 그 괴녀의 정체야. 별거 아니네.'라며 싱긋 웃었다. 정말 이 아이랑 있으면 매일이 재밌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해가 다 지고 조금씩 어둑어둑해질 때. 우리는 다시 뒷산의 '평야'로 들어갔다. "흐아아! 시험 종료! 이정도면 합격이겠지~ 다행이다 검둥아." [월!] 여자애는 깍지를 낀채 팔을 위로 쭉 뻗었다. 결국 검둥이, 오늘 하루 내내 어깨에 매달려있었지. 오늘 있었던 일 보단 검둥이 쪽이 더 놀랍다. 지금도 않떨어지고 있고. "자, 그럼 슬슬 돌아가야지." "가는 거야?" 조금 갑작스럽다는 느낌인데, 역시 바쁜거려나. "그럼! 돌아가서 상관한테 보고해야지. '시험은 무사히 종료!'라고." 그렇게 말하고는 잠깐 동안 입을 다문 뒤, "아울러서 재밌는 친구도 사귀었다. 라고 말이야." "재밌는 친구라. 칭찬 고마워." 나한텐 조금 과분한 칭찬이다. 적어도 나보단 주변 친구들이 더 재밌으니까. "다음엔 그냥 놀러와. 내 친구들도 소개시켜줄께. 나보단 훨씬 재밌는 애들이거든." "응. 알았어. 너보다 더 재밌는 친구들이라... 벌써 부터 기대가 되는데?" 여자애는 그야말로 '활짝'웃었다. 이제 와서 느끼는 거지만, 웃는 게 정말 어울리는 얼굴이다. 아니, 그냥 느낌으로, 그런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아 맞아. 항상 나한테 뭘 물어보기만 했잖아? 나도 하나 물어봐도 될까?" "응? 뭔데?" "저기 말이야, 너 이름이 뭐야?" "...아" 그러고 보니 나도 묻는 걸 깜빡했었다. 아니, 까먹었다의 레벨이 아니잖아 이거. 오늘 하루 내내 이름은 묻질 않았다는 게 말이 돼? 외계인이냐 먹을꺼냐 라고는 물었지만 이름을 않 물었다는 건 개그의 차원을 떠나서 어의가 없다. "응? 왜 갑자기 머리를 감싸? 머리아파?" "아니, 그냥 내 자신이 우둔한걸 느낀 거야." 이건 진짜 어이가 없다. 보통은 이름을 주고 받는 게 먼저잖아? "저기~?" "아, 괜찮아. 내 이름말이지? 사영이야. 이 사영. 좀 별난 이름이지? 친구들은 '영'이라고 불러." "영... 이라. 재밌는 이름이네. 혹시 영혼 영 자야?" "응. 선비 사 자에 영혼 영자.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야." "그렇구나... 사영이라. 기억해둘께." 여자애는 내 이름을 몇 번 더 되뇌더니 '좋아, 외웠어!'라며 자신만만하게 양손을 불끈 쥐었다. 오늘 하루 느낀 거지만, 정말 활발한 애다. "아, 나도 내 이름을 말해야지. 내 이름은 말이지. 청하 야. 푸를 청 자에 강 하 자. 그래서 청하." "어라? 한자야? 외계어가 아니라?" "외계인이긴 하지만 글자는 이쪽 걸 쓰거든." ...외계인이 외계어가 아니라 한자를 쓴 다라. 의외로 외계인은 가까이 존재할 지도 모르겠다. "그럼 이만 가볼께. 언젠가 다시 만나자." "아, 응. 다시 만나자 청하야." "응. 곧 볼 수 있을 거야. 그때까지 건강해 영아. 그럼 잘 있어~" [월!] 청하와 검둥이는 그렇게 말하고선 손에 들고 있던 나무 막대기를 한 바퀴 돌리곤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는 동시에, 점점 몸이 옅어지더니 어느 순간 안보이게 됐다. 이로써, 내가 낮달이 떠있는 동안 겪었던 일들은 끝이 났다. "뭐, 이런 예기지." 응. 지금 생각해도 굉장히 정겨운 예기다. 예기를 들은 당사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지만. "뭐야 그게!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스토리로 치면 2점짜리잖아?!" "2점은 아니잖아 2점은!" 이 녀석은 뭘 말해줘도 뭐라 그러네. 나로썬 이게 괴담의 한계라고. "하아... 나도 별로 재미는 없었어. 마지막은 급 노선이고." 선영이는 크게 한숨을 쉬면서 왼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너까지 그러기냐. "아무튼, 이게 내가 낮달로 할 수 있는 이야기. 이 이상은 무리야." "뭐, 너치곤 어의가 없다만, 이걸로 너 할당량은 해준 걸로 할께." "거참, 이해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자식아." 적어도 나로서는 정말로 기괴한 체험이었다. 여름방학에 유적지에서 만난 그 연하늘색 머리의 소녀, '청하'는 그 뒤로는 나타나지 않았다. 나로서는 한두 달 뒤에 다시 만날 수 있을꺼라고 생각했지만 기대는 빗나가고 말았고 더 이상 만나지 못했다. 그로 인해서 마지막까지 해결 못한 소문, '낮달이 뜬 날엔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확인을 할 수 없었다. 어떤 의미로는 통한이기도 하다. 뭐, 나로썬 그저 여름의 꿈, 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도 재밌다. 체험한 이야기라는 건, 그것 자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본인에겐 재밌으니까. "근데 결국 그 청하라는 아이, '외계인'이였던 거야?" "아마 맞긴 맞을걸. 외계인이라는 건 2가지 의미로 나뉘니까." 하나는 우주에서 오는 외계인, 그리고 또 하나는 '바깥세계의 인간'. 요는 '이세계인'이다. 아마도 청하는 후자의 경우라고 생각한다. 의미는 조금 다르지만. "젠장, 이게 뭐야. 하찮은 예기로 새벽을 버틴 거잖아? 귀신은 않나오고 이야기는 서툴고. 이게 뭐냐고 대체." "자자, 진정하라고. 나중에 할머니 집에서 엿 사 줄 테니까." "좋아. 용서해주지." 낚시 성공. 저렇게 신나게 날뛰는 녀석은 먹이를 던져주면 금방 조용해진다. 그야말로 살이 통통한 물고기다. 앞에서 선영이와 태형이가 방금 이야기를 서로 대화하는 동안, 나는 새벽녘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시계가 틀렸었는지 벌써 동이 트고 있는 하늘에는 옅게 빛나고 있는 새벽달이 보이고 있었다. '오, 오늘은 보름달이였나?' 달은 둥그스름한 체로 연하게 빛나고 있었다. 왠지 그날과 비슷한 거 같아서 미묘한 그리움이 느껴진다. 청하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시험에 합격해서 일을 하고 있으려나. 어찌됐던, 얼른 다시 보면 좋겠다. 그럼 촛불을... "어라? 야 태형, 니가 촛불 껐냐?" "응? 나 아냐. 선영이가 끈거아냐?" "나 손도 안 댔는데?" "나 여태까지 바람은 한 번도 못 느꼈는데? 애당초 여기 바람이 안 불잖아." "그럴 리가. 촛대는 제일 컸다고. 설마 심지가... 어라? 아직 많이 남았는데?!" ...그럼 뭐야, 바람도 아니고, 촛대도 남았고, 심지도 남았는데 불이 꺼졌다고? 누가 끈 거지? "...이거, 설마" "야! 말하지 마! 갑자기 무서워지잖아!" "이야, 선영아 겁내는 거야? 걱정 마. 내 가슴에 뛰어들..." "시끄러워! 나 갈 거야! 100선도 끝났고 끝이라고 끝!" 선영이는 그렇게 말하고선 재빠르게 가방을 싸서 뒤에 있던 길로 뛰어갔다. 곧이어 태형이는 쓰레기와 남은 촛대들을 모두 정리한 체 선영이를 따라갔다. ...이거 나도 따라가야겠는데. 짐은 전부 챙겼고, '응?' 내 가방 주변에 한글로 보이는 이상한 낙서가 있다. 어디보자, [할 일 끝났으면 얼른 사라져. 시끄럽다고 이 꼬맹이들아.] ...얼른 가주는게 이곳 주민들에 대한 예절인 듯 하다. '마지막으로 달이나 보고 갈까. 여긴 달이 잘 보이니까.' 등에 소름이 돋는걸 일부러 무시하며 새벽 하늘을 바라보자, "...응?" [우와앗-!] 하늘에서 이상한 물체가 달을 배경삼아 저편으로 날아갔다. "...?!" 어라? 잘못 봤나? 나는 눈을 비비고선 다시 달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거기엔 그냥 환하게 빛나는 보름달 형태의 새벽달이 떠있었다. "...나도 참." 아무래도 아까 이야기 때문에 헛것을 본 모양이다. 그래도 만약, 저게 청하랑 같은 '외계인'이라면, 저 사람도 즐거운 추억을 만들면 좋겠다. 지금은 새벽이니, 조금만 있으면 그때와 똑같이, 보름달 모양의 낮달이 뜰 테니 말이다. 낮달은 마력이 있으니 충분히, 가능할 꺼라 생각한다. "야! 영! 얼른와!" "알았어! 금방갈께!"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앞서 간 친구들을 따라 나섰다. 한편, 그들과 떨어진 어느 한 언덕. 이곳은 건물의 터가 있는 곳으로 사람들에겐 '평야'로 유명한 장소였다. 어째서인지 유일한 나무는 더 자라서 한층 더 커졌고, 동시에 그 나무 아래에 생겼던, 이미 덮혀져있던 구덩이는 오늘을 기일로 더 커져있었다. 그 이유는, "아야야... 검둥아 괜찮니?" "으...나도 괜찮아. 청하는?" "난 문제 없어. 그것보다, 여기 '평야'맞지?" "응. 확실해. 좌표도 맞고." 구덩이 안에는 흰색와이셔츠와 검은 넥타이를 한, 체크치마의 소녀와 그 옆에서 말을 하고 있는 꽤 큰 덩치를 지닌 고양이를 닮은 개가 있었다. 소녀는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낸체 손에 꽉 쥔 나무 막대기를 사용하여 구덩이에서 오르기 시작했다. 다 올라온 뒤, 먼저 올라온 개는 바닥에 앉아서 "그러고 보니까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지." "...그러네." "그땐 그 애가 널 구해줬던가? 분명 이름이..." "사영. 선비 사 자에 영혼 영자를 써서 사영." "아 그래. 사영. 우리 냉철하기로 유명한 주인님의 첫 친구. 분명 이 근처 마을에 살고 있겠지? '우리 동네주변'이라고 했으니까." 소녀는 손에 쥔 막대기를 고쳐 잡은 뒤 올라올 때 묻은 흙들을 털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예전과는 다르게 꽤 많이 자라서 지금은 허리까지 닿기 때문에,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있었다. "검둥아. 일이 먼저야. 우리가 여기 온건 유적이 끼치는 영향의 조사라구." "아하하, 미안. 난 또 우리 냉철한 주인님이 친구를 만나러 온 줄 알았지." "빈정거리는거야?" 소녀는 개를 향해 쓴 웃음을 지은 뒤 하늘을 바라보았다. 소년의 도움을 받아 자신은 시험에 합격해서 더 힘든 일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나무막대기를 이용한 비행 실력은 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이번에도 예전처럼 추락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을 도와준 소년은 없고 성장한 자신과 강해진 자신의 파트너뿐이다. 지금은 일도 바빠진 탓에 어느 센가 공과 사를 확실히 하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공과 사를 혼동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웬일이야? 역시 그립나봐?" "그게 아니야. 난 그저 일 중에 하나를 하려는 것뿐이라고." 소녀는 그렇게 말한 뒤 왼손을 뻗어 하늘에 떠있는 달을 잡으려는 듯 한 손짓을 취했다. 그리고선 손을 가볍게 움켜쥐며. "낮달이 뜨는 날엔 소원이 이루어진다. 라는 소문을 말이지. 낮달엔 마력이 있다고 하니까 말이야. 자, 가자 검둥아. 일을 시작해야지." "네네, 알겠습니다. 나도 영이는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둘은 서로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과거에 자신들이 소년에게 안내받은 길을 향해 걸어갔다. 어쩌면 지금 하늘에 뜬, 점차 낮달로 바뀌어갈 그 보름달이 자신들의 소원을 이루어 줄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믿은 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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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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