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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파워 라이트노벨 대전 심사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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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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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총평>


「요봉왕 비취 100식」


  라이트노벨. 이 단어가 정확히 무엇을 지칭하는지 저는 모릅니다. 아마도 이 세상에 정확히 정의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적어도 이 라이트노벨에 대하여 몇 가지는 알고 있습니다.

  첫 번째, 장르가 아니라는 겁니다. 장르를 포괄하는 더 상위의 개념.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 장르를 포괄할 수 있고, 어떤 장르의 글을 쓰더라도 라이트노벨의 굴레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두 번째, 팔기 위한 글이라는 겁니다. 어떤 이유를 붙이더라도 라이트노벨 자체가 그 이름을 가지기 전부터 상업성을 띈 글이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거기에 ‘아카호리 사토루’ 등에 의해 이끌어지던 시기만 하더라도 라이트노벨은 ‘문학’이라는 말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존재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위의 두 가지 사실로 비추어 보았을 때, 라이트노벨은 '잘 팔리기만 한다면 어떠한 장르이건 마다하지 않는다.' 라는 이야기가 나오게 됩니다. 즉, 잘 팔리는 책이 모두 재미있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재미있는 글이라면 어떠한 시도도 거부하지 않는다.’ 이것이 라이트노벨이 지향하는 바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번 ‘파워 라이트노벨 대전’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시도’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라이트노벨은 독창성을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독창성은 작품을 빛내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사실을 망각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아이스크림, 낮달, 크리스마스. 이 세 개의 소재를 저희가 제시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저는 어떤 글이 투고될까 하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투고된 소설의 대부분은 위 소재를 아주 일반적인 의미로 사용하거나, 잠깐 언급하는 정도로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제시된 세 개의 단어는 단순히 ‘소재’일 뿐이지 ‘주제’가 아닙니다. 또한, 이 대회는 백일장이 아닙니다. 위의 소재를 어떻게 변형하던,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던, 어떤 정신 나간 설정을 같다가 붙이던 간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소재에 구속되어서는 독창적인 글은 나오기 힘듭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소재를 아예 무시해서는 대회 기준이 엉망이 됩니다. 소재는 여러분에게 저희가 드린 도구입니다. 그 도구들을 가지고 여러분은 배틀로얄을 원하는 방식대로 벌이시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여러분에게 달린 일이었지요. 소재는 대체로 ‘도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점을 명시하고 앞으로도 건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심사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것은 이외에도 ‘단편’이 완성된. 다시 말해, 완결이 깔끔하게 지어진 작품이 몇 없었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라이트노벨은 장편 시리즈물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이야기 안에 각 권들이 다시 하나씩 이야기의 흐름을 가지고, 그것을 다시 각 장들이 물려받습니다. 장편을 쓰려는 욕심보다도, 어떤 글이던 간에 일단 제대로 완결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심사를 진행하는 약 한 달간, 여러 가지로 우여곡절도 많고 힘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굉장히 기뻤습니다. 아직 한국 라이트노벨 시장이 그렇게 절망적이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부족한 몸이지만 심사위원 자리에 초청해주신 LESS 님과 좋은 작품들을 투고해주신 참가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수상작 ‘제9입자의 사용방법’, ‘그녀의 탄생’, ‘크리스마스로 가는 길’의 작가 여러분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전하는 바이며, 아쉽게도 2차 심사에서 떨어지신 분들과 1차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신 여러분께도 다음에 좀 더 좋은 작품으로 뵐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번 심사를 마치겠습니다.

  모두 좋은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바랍니다.




「MIN」


  파워 라이트노벨 대전은 주제어가 선정된 라이트노벨 단편 대회로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대부분의 작품이 주제어를 언급 선이나 배경 선에서 처리했단 걸 지적하고 싶습니다. 아쉬운 현상이었어요. 주제어는 이야기를 제약하려 함이 아니라 단지 발상의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 역할만을 하기 위해 존재하거든요. 주제어에 얽매이지 않겠단 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텐데, 그렇다고 독창적인 작품이 많은 것도 아니었거든요.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에요.

  다음으로 라이트노벨을 크게 의식하지 않은 작품이 있었나하면, 라이트노벨에 대해 지나치게 의식한 작품도 눈에 띄었습니다. 라이트노벨이 자주 이용하는 클리셰는 분명히 있지만, 클리셰를 집합해 놓은 것만이 라이트노벨은 아니에요. 게다가 정석적으로 클리셰를 이용하면 진부한 이야기가 나올 공산이 크고, 이건 단편에선 상당히 마이너스가 되거든요.

  마지막으로 단편으로서의 호흡을 조절하지 못한 소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장편의 도입부 내지는 프롤로그, 혹은 외전 같은 이야기도 있었고요. 단편은 자체로 완결되어야 하고, 라이트노벨이 캐릭터 소설인 걸 감안한다면 캐릭터는 소설 안에서 맺음 지어져야 하거든요. 장편의 일부 같은 감각으로 써진 소설은, 왠지 느낄 수 있었어요. 멋지게 그려진 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다음 이야기가 정말로 궁금해졌거든요.

  파워 라이트노벨 대전은 주제어가 선정된 라이트노벨 단편 대회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대회의 근본적인 전제인 세 가지, 즉 주제어와 라이트노벨과 단편 모두를 충족한 소설이 드물었단 게 아쉬웠어요.

  파워 라이트노벨 대전이 앞으로 라이트노벨 팬덤의 축제로 자리매김 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담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한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리자면, 여러분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연말이 꼬이면 연초가 꼬이고, 연초가 꼬이면 일년이 뒤숭숭하답니다.

  그럼 모두, 늦었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LESS」

 

  이번 파워 라이트노벨 대전(이하 ‘파라대’)을 진행하면서, “단편 라이트노벨이란 것이 무엇입니까?”란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창작자 입장에서 바라본’ 라이트노벨과 ‘독자 입장에서 바라본’ 라이트노벨의 갭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입니다.

  라이트노벨은 일본에서 시작된 문학의 한 흐름입니다. 20세기 중반 서구 문화권에서 유입된 SF, 판타지, 추리 등의 장르 문학을 토대로 발전한 일본의 장르 문학계는 두터운 팬덤을 갖추며 성장하였고, 장르 문학에 일본 서브컬처 특유의 만화적 상상력이 가미된 소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현재의 일본 라이트노벨은 불과 십 수 년 전의 옛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습니다. ‘라이트노벨’이란 단어 역시 시장에서 특정 문학을 소비하는 독자층과 창작계의 편의를 위해 붙어진 어휘로, 지금도 일본 웹사이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라이트노벨 창작 관련 사이트에서는 라이트노벨의 뜻을 하나로 단정 지어 설명하지 않습니다. 라이트노벨이란 이름이 붙은 문학의 흐름은 독자의 취향과 유행에 따라 끊임없이 모양을 바꾸고 변화합니다. 그러기에 특정 장르와 문체, 소재와 패턴으로 정의를 할 수 없는 다양한 개성을 지닌 라이트노벨을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 라이트노벨은 독자들과 창작계를 따로 떼어놓고 보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출판 시장과 맞물려 우리나라의 라이트노벨 창작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는 한국 라이트노벨 레이블인 ‘시드노벨’이 창간된 2007년 7월 무렵으로, 아직 5년이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에 반해 1997년에 각각『슬레이어즈』,『폭렬헌터』등을 출간하였던 대원씨아이의 ‘판타지 노벨’과 학산문화사의 ‘어드벤처 노벨’부터 시작된(PC 통신-나우누리 등지에서 일본 라이트노벨이 암암리에 번역되어 소개되던 때를 고려하면 몇 년 더 거슬러 올라갑니다)한국의 라이트노벨 독자층은, 시드노벨이 창간되기 이전에 이미 상당한 팬층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시드노벨은 창간 초기부터 NT 노벨과 eXtreme 노벨 등을 통해 소개된 양질의 일본 라이트노벨에 익숙해진 독자층의 눈높이를 만족시켜야 할 필요가 있었고, ‘이러이러한 소설이 라이트노벨이다’,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면 훌륭한 라이트노벨이다’란 창작 가이드라인을 작가(지망생)에게 제시하였습니다. 그리고 시드노벨이 한국 라이트노벨의 대명사로 굳어지면서, 공모전에서 원하는 원고의 모습이 즉 라이트노벨 그 자체라는 인식이 퍼지게 됩니다. 단권의 분량 내에 기승전결을 갖춘 소설, 이것이 바로 라이트노벨의 정의라 여기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소설을 창작하는 작가에겐 매우 위험하면서도 잘못된 생각입니다.

  ‘창작자 입장에서 바라본’ 라이트노벨은 애매모호하면서도 좀처럼 갈피를 잡을 수 없을 것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1권의 분량 안에 깔끔하게 스토리가 끝나는 소설이 라이트노벨인지, 1인칭의 에로게스러운 가벼운 대화와 만담을 주고 받는 것이 라이트노벨인지, 현대를 배경으로 해야만 라이트노벨인지, 이도 저도 아니면 “대체 어떤 글을 써야 라이트노벨일까?”란 고민이 들기 마련입니다. 수많은 창작 정보와 노하우가 있는 일본의 라이트노벨 창작계와는 달리, 독자와 창작자 어느 면을 보더라도 축적된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국의 라이트노벨 창작계는 마땅히 도움을 구할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역으로 ‘독자 입장에서 바라본’ 라이트노벨을 생각하면 이야기는 간단해집니다. 글을 쓰는 사람과는 달리, 글을 읽는 사람은 앞에서 나온 복잡한 고민은 하지 않습니다. “읽었을 때 왠지 라이트노벨다운 느낌이 드는” 글이 라이트노벨입니다. 일러스트가 없어도, 예쁜 책 표지가 없어도, 우리는 어떤 글을 읽었을 때 “이건 라이트노벨이다”라는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창작 테크닉은 이후의 문제입니다. 분량에 구애되지 마세요. 처음 라이트노벨을 써 보시는 분들, 취미로 라이트노벨을 써 보시는 분들, 또는 공모전을 준비하기 위해 부단히 습작에 몰두하시는 분 모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신 모든 작가 분들, 심사위원 제의를 흔쾌히 받아주신 요봉왕 비취 100식 님과 MIN 님,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주신 100++ 님(Streamz.kr), 언제나 깊은 관심을 가져주신 경소설회랑과 디시인사이드 판타지 갤러리 유저 분들, 그리고 작품을 읽고 감상한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힘을 보태주셔서 감사합니다. 

  다가오는 2011년엔 다들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좋은 연말 되세요.


Writer

수려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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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3)

xester
xester 10.12.25. 20:13
심사하시느라 수고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수상하신 분들 축하드려요. 즐거운 연말 되시길!
워프리 10.12.25. 20:34
음, 역시 어렵게 느껴지네요. 앞으로도 더 정진해야 하려나요? 수상하신 분들께는 축하드리며, 그러한 글을 쓰기위해 노력해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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