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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라이트노벨 사상 최악의 스캔들, 『기상정령기』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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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07 Apr 2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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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라이트노벨 사상 최악의 스캔들, 『기상정령기』사건

by 크로이츠 2009/07/06


시미즈 후미카.
한국에도 발매되어있는 『제비뽑기 용자님』을 HJ문고에서 내놓고 있는 라이트노벨 작가다. 작가층이 얇은 HJ문고에서 몇 안 되는 인기작가 중 한 명으로, 『제비뽑기 용자님』은 HJ문고에서 처음으로 ‘10권’의 고지에 도달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데 원래 시미즈 후미카는 후지미판타지아문고 출신이다. 1996년 제8회 판타지아장편소설대상에서 특별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했고, 잡지 「월간 드래곤매거진」의 단편 기획인 용황배에서 제1회 우승이었던 사카기 이치로의 『스크랩드 프린세스』의 뒤를 이어 제2회 우승을 차지하는 등의 활약을 보였던 인기작가였다.
하지만 시미즈 후미카는 2005년을 끝으로 후지미판타지아문고와 인연을 끊게 된다. 그동안 23권이 넘는 작품을 후지미판타지아문고에서만 내놓았던 시미즈 후미카였지만, 2005년 12월 25일에 발매된 『드림 마이스터』가 후지미판타지아문고에서 내놓는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일본 라이트노벨 사상 최악의 스캔들로 꼽히는, 『기상정령기』사건 때문이었다.


1997년 7월에 1권이 발매된 『기상정령기』는 시미즈 후미카의 데뷔작으로서, 세계각지의 기후를 제어하는 ‘기상정령’들의 활약을 그린 ‘날씨 판타지’ 소설이다. 일러스트는 『사무라이 스피리츠』의 동인일러스트 등으로 유명했던 나나세 아오이가 맡았으며, 나나세 아오이 효과도 있어 상당한 인기를 끈 시리즈였다.

사건은 후지미판타지아문고의 라이트노벨 잡지인 「월간 드래곤매거진」에서 연재중이던 단편시리즈 『기상정령기 프래티커』가 완결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작가와 편집부는 곧 2부로서 『기상정령기 프래티커Plus』를 시작할 것을 결정한 상태였지만, 여기서 편집부의 첫 번째 실수가 있었다. 일러스트레이터인 나나세 아오이에게 2부가 시작된다는 얘기가 전달되지 않았던 것이다.

2005년 12월 말, 나나세 아오이가 견본으로 받은 「월간 드래곤매거진」에서 『기상정령기 프래티커Plus』의 연재예고를 발견하면서 나나세 아오이와 편집부는 2부에 대한 사항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당시 만화가로서의 활동에 힘을 기울이는 중이었던 나나세 아오이는 『기상정령기 프래티커』가 끝난 줄만 알고 만화 연재를 하나 더 늘린 상태였다. 편집부는 나나세 아오이를 설득해 계속 일러스트를 맡게 하려고 했지만, 일러스트에 딱히 의욕이 있던 것도 아니었던 나나세 아오이는 이를 거부해버린다.
시미즈 후미카는 일단 다른 시리즈부터 먼저 쓴 뒤 『기상정령기』시리즈는 나중에 재개하자고 편집부에 제안했지만, 편집부는 『기상정령기』시리즈를 완전히 끝내기로 방침을 정한다. 거기다가 편집부의 실수로 시작된 이번 문제에 대한 얘기를 다른 곳에서 하지 않겠다는 각서에 사인하라는 요구까지 한다(요구대로 사인을 하지는 않았다).

2006년 2월, 편집부는 시리즈 종결을 취소하고 계속 연재하는 대신 일러스트레이터를 교체하자고 시미즈 후미카에게 제안한다. 하지만 나나세 아오이한테 일러스트에 대한 의욕이 없다는 사실을 편집부가 알려주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단순히 스케쥴의 문제라고 생각한 시미즈 후미카는 『기상정령기』시리즈의 일러스트레이터는 나나세 아오이여야 한다는 생각에 일러스트 교체를 거부하게 된다.

그리고 3월, 정식으로 시리즈 종결을 결정한 편집부는 예고까지 했던 신연재가 실리지 않게 된 이유를 ‘작가의 건강문제’ 때문이라고 독자들에게 발표하려 했다. 하지만 시미즈 후미카는 연재 취소의 책임을 자신에게 떠넘기려는 편집부의 제안을 거부하고, 결국 편집부에 대한 불신감이 극에 달한 시미즈 후미카는 일러스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나세 아오이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나나세 아오이는 담당 편집자를 통해 얘기하라고 시미즈 후미카에게 불쾌감을 드러낼 뿐이었다. 

결국 시미즈 후미카, 나나세 아오이, 편집부의 3자 사이의 의견충돌은 갈수록 심각한 것이 되었고, 특히 나나세 아오이의 홈페이지에 이번 문제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일기가 여러번에 걸쳐서 올라와 화제가 되었다. 그 내용은 단순히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미즈 후미카와 『기상정령기』에 대한 비방도 많았었는데, 비꼬는 말투로 ‘『기상정령기』는 자신의 일러스트 덕을 봤다’ ‘『기상정령기』의 판매부수는 자신이 그린 만화에 훨씬 못 미친다’ ‘작가의 실력이 부족해서 끝났다’ 같은 식의 모욕적인 발언을 계속해 상황을 지켜보던 독자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나나세 아오이의 일기는 한번 올라온 뒤 많게는 수십 번에 걸쳐 내용이 계속 수정되곤 했는데, 그런 점에 대해서도 야유를 보내는 독자들이 많았다)

기상정령기 일은 뭐, 소설가씨의 지난번 드래곤매거진 연재작품도 조기종료였던 것 같고, 기상정령기의 문고본의 판매량도, 아무래도 그 판매량 이하의 숫자가 나온 적이 있었던(!) 정도라는 것 같기 때문에, 결국 그렇게 작품적으로는 대단치 않았던 것 같네요.
하지만 제가 표지나 특집 때 A3 사이즈의 컬러일러스틑 4~5장 그려줬을 때만큼은 항상 앙케이트에서 상위였던 것 같습니다. 정말로 응원 감사합니다. 기대에 보답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오리지널 작품에서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나나세 아오이의 2006년 4월 22일 일기에서 발췌


나나세 아오이의 반응에 놀란 시미즈 후미카는 편집부에 확인을 하게 되고, 편집부에서는 그때서야 나나세 아오이에게 더 이상 일러스트를 그릴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시미즈 후미카에게 알려주게 된다. 사실 나나세 아오이는 잡지 연재용 일러스트를 더 이상 그리고 싶지 않았을 뿐이고 이미 연재되었던 단편들을 문고로 출판하기 위해 필요한 일러스트는 그릴 생각이 있었던 것 같지만, 이것도 연락 문제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어쨌든 나나세 아오이의 일러스트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시미즈 후미카는 일러스트레이터 교체를 결심하게 되지만, 이번에는 편집부측에서 일러스트 교체는 있을 수 없다고 말을 바꾼다.
결국 시미즈 후미카는 『기상정령기』 시리즈는 완전히 끝났다고 받아들이고, 더 이상 후지미판타지아문고에 『기상정령기』를 맡겨놓을 수 없다는 생각에 판권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한다.

시미즈 후미카는 이런 생각을 후지미판타지아문고 편집장에게 전달했고, 편집장은 시미즈 후미카를 말리기 위해 설득을 시도했다.
수차례 논의가 이루어졌고(이때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시미즈 후미카의 담당편집자, 드래곤매거진 편집장은 논의에서 제외되었다), 결국 2006년 4월 27일의 회의 결과 1) 작가는 판권 회수를 하지 않고 7월의 만료일에 일단 해약 2) 계약은 신장판을 낼 때 새로 다시 맺는다(신장판은 후지미에서 낸다) 3) 편집부측(본사)은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체제를 본격적으로 개선한다 라는 조건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 시미즈 후미카와 편집부 사이에 화해가 성립되었고, 계속되는 비방발언으로 이미지를 추락시킨 나나세 아오이도 홈페이지 일기를 닫고 블로그로 이전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2009년 현재, 약속되었던 신장판은 후지미판타지아문고는 물론 다른 레이블에서도 나오지 않은 상태이며, 그 이후 시미즈 후미카는 후지미판타지아문고에서 더 이상 책을 내지 않았다. 자세한 정황은 공개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뭔가 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기상정령기』본편은 8권을 끝으로 중단, 『기상정령기 프래티커』6~9권은 원고와 잡지연재시의 일러스트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발간, 「판타지아배틀로얄」에 연재되었던 1권 분량의 『기상정령기 실패학』도 미발간으로 끝나고 말았다.


『기상정령기』사건은 편집부의 연락 실수에서 시작되어, 편집부의 사실 은폐 시도와 나나세 아오이의 폭언으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던 사건이다. 지금도 이 일을 물고 넘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름을 대는 것만으로도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일본의 라이트노벨 팬들에게는 민감한 화제로 남아있다.
물론 이 사건은 작가 홈페이지를 통해 전모가 공개되고 이슈화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된 특이케이스에 속한다. 알려지지만 않았을 뿐이지 업계에는 이보다 더한 사건이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실제로 얼마전 편집부와의 트러블(실수를 반복하던 담당편집자의 실종, 그리고 그로 인한 원고분실)로 인해 카도카와스니커문고에서 가가가문고로 이적한 『그러나 죄인은 용과 춤춘다』의 아사이 라보도 편집부에 문제가 많다고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다.

어쨌든 라이트노벨의 역사가 긴 일본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발전도상에 있는 한국 라이트노벨 업계에 있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락 미비로 인한 치명적인 실수도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와의 트러블도 한국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영향력이 큰 한국 시장에서는 한 번의 실수가 한순간에 평판을 추락시킬 수도 있다. 여러모로, 조심해야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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