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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만화적인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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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0:02 Apr 0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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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선유민

 

만화적인 것에 대해


저는 웹툰이 영화의 문법을 차용하고 도입하는 것에 부정적인 편이었어요. 하지만 비판을 위해, '만화적인 것은 무엇인가'하는 지점에 생각이 이르자 원래 근대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영화(실사)에 영향을 받음으로써 성립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장편 애니메이션이 없던 시절, 월트 디즈니가 세계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공주』를 기획했던 당시에는 제작에 한 가지 중대한 문제점이 있었어요. 바로 능숙한 애니메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이었죠.

애니메이션이 아직 정착되지 않았던 시기였으니 당연한 일이었을 겁니다. 때문에 월트 디즈니는 한 가지 묘안을 통해 이 문제점을 돌파하게 되는데, 바로 경쟁사 플레셔 사가 개발한 로토스코핑 기법을 백설공주 제작에 도입하는 것이었어요. 로토스코핑은 사람의 움직임을 영화처럼 찍어 그것을 다시 화폭으로 옮겨 담는 기법입니다. 월트 디즈니는 백설공주에서 로토스코핑을 통해 제작단가를 줄이고, 쓸만한 실력의 애니메이터들을 길러낼 수 있었지요. 

데즈카 오사무는 그런 디즈니의 팬이었습니다. 또한 그는 디즈니의 영향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 감독, 에이젠슈타인의 몽타주 이론의 영향을 받아들였다고 해요. 또한 그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노라쿠로』를 비롯한 종래의 만화는 대개 평면적인 시점에서 무대극처럼 그려졌다. 다시 말해 무대의 양쪽에서 배우가 나와서 대사를 주고받는 것을 객석에서 바라본 구도였다. 그것만으로는 박력이나 심리적 묘사를 끌어내기 힘들기 때문에 나는 영화적 기법을 만화의 구도에 도입하기로 했다. 그 본보기로 삼은 것이 학생 시절에 봤던 독일 영화나 프랑스 영화였다. 클로즈업이나 앵글 기법의 연구는 액션이나 클라이맥스 부분을 한 컷으로 끝내버렸던 것을 몇 컷이나 몇 쪽으로 늘려 움직임이나 얼굴을 세밀하게 그려보았다.

 

(데즈카 오사무, 『만화가의 길』, p. 107)


일본의 평론가 오오츠카 에이지는 만화의 1컷을 영화의 1컷으로 설정해 편집(=몽타주)하는 망가의 영화적 수법은 데즈카 오사무가 발전시키고, 이시노모리 쇼타로가 체계화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망가의 영향을 받은 동아시아의 만화가가 자신들의 만화가 일본만화처럼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읽히지 못한다고 토로하는데, 이유는 간단한 것으로, 컷 내부 구도와 각각의 컷을 접속하는 영화적 수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요. 따라서 이 기술을 제대로 배우면 일본을 따라 잡거나 넘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한국 만화는 어떤가요?

한국은 미국을 이식하였으며, 동시에 이식된 일본을 다시 이식한 장소입니다. 또한 이식된 것의 원천은 현실을 모사한 영화(실사)를 다시 모사한 것, 말하자면 번역의 번역인 중역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만화적이란 것은 무엇인가?' 

 

기법적으로 근대 만화는 원래 '영화적인 것'이었습니다. '보여주기'가 만화적인 것이었단 말이지요. 따라서 오늘날 웹툰이 보다 영화적으로 되어가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탐구 과정을 통해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지요. 바로 만화는 현실의 모사가 아니라 픽션의 모사였다는 사실. 번역이 아닌 중역이었다는 것. 만화의 정체성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또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만화가 보다 '만화적인 것'이 되었을 때 만화는 더 빛날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바로 이러한 매체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 일본 만화의 무국적성과 미국 영화의 다국적성은 여기에 대한 한 가지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 만화의 무국적성과 미국 영화의 다국적성은 그 차이가 뚜렷하지만 목표로 하는 지점은 '세계'라는 점에서 같으니까요. 보다 더 만화적인 만화가, 보다 더 영화적인 영화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제 생각입니다. (2013.06.28)

  


참고 자료 

 

데즈카 오사무, 『만화가의 길』, 황금가지, 2002.

오오츠카 에이지, 『오쓰카 에이지 “中韓서 일본식 만화 기법 지도로 동아시아 만화 성립을"』 교도통신, 2013.

北久保弘之, 『アニメ監督・北久保弘之氏の#ろとすこ』, 2013. 

  


  *  *  *


최근에는 '영화적인 만화'라 할 수 있는 웹툰과 '소설적인 만화'라 할 수 있는 잡지만화의 차이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전자를 중심으로 말하다보니 약간의 왜곡이 생긴 것 같아서 B급으로 분류하게 되었어요. 기회가 된다면 웹툰과 잡지만화라는 매체 간의 차이와 그 차이에도 불구하고 존재하는(공통되는) 만화의 성질을 논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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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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