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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릭스터 ─ 아즈마 히로키 (보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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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03 Sep 2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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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선유민


보충


아즈마 히로키를 비판했던 칼럼이 일본 측에 소개되었다고 전해 들어서 잠깐 복귀했습니다.

해당 칼럼은 마무리를 짓지 않고 연재 중지했었는데, 연재를 하다보니 논지를 전개하는 데 있어 너무 거칠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들었고, 논지를 보강할 수 있는 부분임에도 놓친 부분을 몇 가지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추후에 리메이크를 할 요량으로 멈추었던 것이죠.

그래도 한 가지만 보충하겠습니다. 아즈마 히로키가 말한 '요소'란 것은 실상 추상적인 '패턴'과 구상[具象]적인 '소스'에 불과합니다. 전자가 이야기나 캐릭터의 모티프라면 후자는 게임이나 영상의 리소스인 것이죠.

공개된 칼럼에서는 후자를 논하지 않았는데, 전자와 후자는 완전히 다른 것이기에 후자를 놓친 것은 큰 실수였습니다. 저는 공개된 칼럼에서 오타쿠가 요소만을 소비하지 않는다고(소비할 수가 없다고) 말했지만, 이는 전자에 국한될 뿐 후자의 경우는 실제로 그렇게 소비를 합니다. 가령 최근에 인기인 미소녀 카드 게임에서는 미소녀가 그려진 각각의 '카드(소스)'만을 소비하고. 각각의 리소스는 프로그램적으로 단순히 '조합'되어 있을 뿐입니다.

문제는 아즈마 히로키가 추상적인 패턴과 구상적인 소스라는 서로 전혀 다른 성질의 것들을 하나로 묶어버려 얘기했던 것에 있습니다. 아즈마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이와 같은 환경은 노벨 게임의 2차창작을 종래의 2차창작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으로 바꾸어내고 있다. 이미 설명한 것처럼 2차창작이란 원작의 설정을 데이터베이스로 환원해 거기에서 임의로 추출한 단편을 조합하여 만든 시뮬라크르로서 제시되는 작품이다. 그러나 종래의 2차창작에서는 거기에 이용되는 '데이터베이스'가 어디까지나 소비자가 자주적으로 재구성하는 추상적인 것에 지나지 않았고, 그 점에서 작자의 오리지널리티가 들어갈 여지가 있었다. 가령 <에반게리온>의 동인작가가 아무리 원작을 단편화해 조합한다고 해도 출판되는 동인지의 페이지 자체는 자기 손으로 그려야 했으며, 거기에서 아무래도 작가성이 깃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중략)

그러나 90년대 후반의 노벨 게임의 융성과 이상과 같은 해석의 일반화, 그리고 나아가 데이터를 재구성하기 위한 멀티미디어 환경의 발전은 이제 그와 같은 2차창작과는 질적으로 다른, 보다 철저한 시뮬라크르의 제작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중략) 예를 들어 <Air>의 매드 무비 중에는  <Air>에서 뽑아낸 음악에 맞추어 편집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즉 여기에는 종래의 동인지적 2차창작과는 달리 완전히 원작과 같은 데이터를 써서 단지 그 배열과 표현방법만을 바꾼 새로운 종류의 2차창작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p.141~143)


저는 아즈마 히로키의 역량, 말하자면 학문적 훈련도를 낮추어 보지 않기 때문에, 아즈마가 패턴과 소스를 준별하지 않았던 것은 트릭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즈마 자신도 둘이 다름을 인식하고 있음이 아즈마 히로키 자신의 발언에서 드러나니까요. 그럼에도 아즈마가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요소를 똑같은 '요소'라는 명칭 아래에서 같은 것처럼 말해야 했던 것은, 그 자체로 성립하고 자립하는 소스를 그 자체로도 즐길 수 있단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에 이론으로써 별다른 임팩트가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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